광주천은 쉬고 싶다
광주천은 쉬고 싶다
  • 안형수 기자
  • 승인 200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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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병순 광주천지킴이 모래톱 회장
   
▲ 현병순 모래톱 회장
해마다 광주천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공사들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어떤 모습의 광주천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물은 여기 저기 사방에서 터진 물줄기들을 하나 둘씩 모아 구불구불 노니는 사이 이리 치고 저리 치며 특유의 지형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흙, 풀, 새, 고기 등 생명들을 모두 불러 모아 살아가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이치도 그러하다.

1990년대 '하천을 하천이게 하자'는 반성에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그 반성은 엉뚱하게 괜찮은 시골하천과 산골 물길까지 '자연형하천사업'으로 상징되는 규격화된 돌들로 치장되는 모습으로 비화됐다. 이러한 사업은 2005년 청계천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광주시의 경우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천 자연환경 복원사업'이던 것이 2004년부터 2009년까지'광주천 자연형하천 정화사업'으로 추진된다. 정비구간도 당초 동구 학동에서 동구 용연동 제2수원지까지 상류로 더 확장돼 영산강 합류지점까지로 광주천의 전 구간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예산도 16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증액됐다. 상류로 끌어올리는 물의 양도 현재 4만3천톤에서 10만톤이 추가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년간 3억6천만원정도이던 유지관리비용은 매년 12억원으로 늘 것이다.
왜 그리 바쁜지 3월말에 시민들에게 개방시킬 목적으로 주야로 매달리고 있는 도심 구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공사하는 것 자체가 구경거리다.

그러나 2003년부터 지금까지 광주천을 모니터링해왔던 우리로서는 슬픔과 함께 고통을 느낀다. 광주천은 1999년부터 진행된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따라 콘크리트 호안과 보를 뜯어내고 수생식물들을 식재하는 것만으로도 더디지만 건강성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수질과 유지수량은 한계가 있지만 하천에 식재한 갯버들은 우리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그 공간을 확장하며 튼튼해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다른 생명들을 불러들이면서 하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었다.

광주천은 소박하지만 어쨌든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소박'해서 하천 특유의 생태환경이 더 돋보였다. 우리는 광주천을 찾은 아이들에게 광주천의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광주천 사업은 '자연형하천'의 본질에서 후퇴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주차장을 뜯어낸 곳은 다시 포장되고, 자연석으로 교체되었던 호안은 더 육중한 돌로 빽빽이 메꾸거나 시멘트를 바르고 자갈돌을 붙이고 있다. 물 속까지 전기줄이 연결되어 밤을 기다린다. 도시의 불빛만으로도 모자라 하천 물속까지 넘본다.

광주시는 청계천과 같은 생태형 하천으로 되살리는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물과 풀이 숨쉬는 자연형하천의 모범이 다른 지역에도 있는데, 왜 하필 청계천인가.

도심의 인공물에 찌든 시민들이 진정으로 쉬고 싶어하는 곳은 어떤 곳인가?

광주천이 너무 왜곡되어 왔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물을 살리고, 생명들을 불러들일 것이냐는 생태적 측면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것이라야 한다. 특히 광주천 유지수량의 전적인 '펌핑'의존율을 재고하고, 광주시 전체의 물순환체계에 대한 장기적인 구상을 해야 한다.

그것은 광주천은 물론, 현세를 사는 우리와 그 환경을 물려받을 후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광주천 지킴이 모래톱 회장 현병순
http://cafe.daum.net/gangsaran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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