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 유착과 착시 현상
정언 유착과 착시 현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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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조충남 광주 CBS PD
정치의 계절, 선거의 계절이다.
5. 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문과 방송마다 출마 예정자들과 예비 후보자들의 동정과 발언, 정치적 행보들로 가득하다. 특정 후보의 주장이나 움직임, 갖가지 의혹은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선거 출마 예정자나 예비 후보자의 정책이나 면면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언론에서 찾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곳곳에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출마 예정자들과 언론인들과의 이런 저런 만남과 식사의 자리가 계속되고 있고, 이런 자리는 후보자가 자신을 홍보하는 자리이자, 언론이 취재원으로부터 좋은 정보를 획득할수 있는 자리임에 분명하지만, 대개의 경우 의도된 계산과 적절치 못한 관계의 망을 형성하는 자리로 변질되곤 한다.

학연, 혈연, 지연을 동원한 정치인들의 특정주의 정치가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작동하고 있고, 그곳엔 이른바 지역사회를 움직이고 있다고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정, 관, 언 유착 장본인들 사이의 관계 그물이 촘촘히 드리워진게 사실이다.

고등학교, 대학 동문들이 특정 광역단체장 후보를 밀고 있다는 주장이 필부들의 자리에서도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는 얘기가 되었고, 이번 선거에는 어떤 언론사의 누가 어떤 후보자 캠프로 갔다 더라 하는 것도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하는 일상화된 포기와 결탁이 만연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철만 되면 상생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언론과 정치권의 결탁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간의 은밀한 카르텔임에 분명하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 검증되지 않았고, 이를 돕겠다고 나서는 검증되지 않은 언론인들이 바로 그 예이다.

같은 후보자들의 동정이라도 누구의 사진이 다음날 지역신문에 실리는지, 그리고 어떤 후보의 발언이 확대 재생산 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굳이 행간을 읽지 않더라도 어떤 언론이 어떤 후보를 밀고 있는지를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언론이 특정 후보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은 다른 후보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볼수 있고, 유권자로 하여금 정확한 판단을 내릴수 없도록 환상과 왜곡을 주입하는 링거주사와 같다고 할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모두 이런 부분엔 예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역 언론의 현실이라고 할수 있다. 매일 리포트되는 후보의 동정과 주장속에는 이슈화 되지 않거나 뉴스처리 되지 않아도 되는것들이 다분히 등장하고, 그 안에는 객관을 가장한 주관으로 무장된 언론인, 언론사의 편견과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그런점에서 보도를 통해 후보자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다분히 위험한 선택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편향된 보도의 결과는 선거뒤 논공행상으로 이어져 관언 유착으로 귀결되는 자연스런 흐름을 보이며,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도 검증되지 못한 이들의 관계는 결국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공채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을 특채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던 지역의 한 공기업이 결국 거듭된 부실 경영과 구설수로 사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을 물러나게 만든 것은 그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단체장 후보에게 알아서 충성하거나 애완견이 되고자 하는 일부 언론을 보면서 더 이상 시민들이 기대할것이 많지 않음을 자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당파성을 배제한 언론이 존재할수 없다는 현실론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시민적 관심사를 벗어나 특정 기업, 특정 언론의 입맛에 따라 공급되는 언론의 선거 보도는 앞으로 시민적 감시와 비판을 통해 걸러져야할 부분이다. 당파성을 가지되 정책과 시민적 시각에서 가지도록 지역 언론에게 주문하고 싶다.

비단 정치인과 언론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대표자들에게도 정계진출이나 정치권과의 관계망 형성에는 다분히 경계와 조심스러움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싶다. 시민운동 자체가 정치 행위이고, 결국 시민사회의 든든한 진지 구축을 통한 정치 권력의 점진적 획득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전략적으로 진출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시민운동의 과잉 순수성과 정치권 진출의 무조건적 반대 주장 또한 극복 되야 할 시각 인듯하다.

기실 알고 보면 시민운동의 목표는 결국 권력 관계를 바꾸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가장 근원적인 지향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명망성이나 이력을 가지고 개인적 차원에서 정치권이나 공직에 수혈되는 것은 바람직 스럽지 않을것이다. 지난 시기 5 . 18 민중항쟁의 5대 과제(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기념사업, 보상, 명예회복)가 아직 미완의 상태에 있을 때 정치권은 한 두명의 5월 관련자나 당사자, 대표인사들을 국회의원이나 각종 고위직 몫으로 편입시키면서 5월 운동을 희석시키거나 포섭해왔다. 그리고 그만큼 5월 문제의 해결은 늦어지고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점도 간과해선 안될것이다.

이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리일지 모르지만, 지역 시민사회의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이나 정관계 진출은 그만큼 신중하고 집단적인 판단을 요하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20년 , 30년, 40년 이상을 시민운동에 헌신하고, 곁눈질 하지 않는 시민운동가가 있다면 정치권에 진출한 동업계의 사람들보다 훨씬 지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수 있을것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런 믿음은 더 많은 사람들을 시민사회라는 진지로 끌어들이고 서울공화국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인사가 아니라, 결국 지역에서부터 좋은 지도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줄수 있을것이다.

정치에 뜻이 있는 건강한 젊은이, 여성, 노동자들을 발굴해 정치학교를 열고, 기초의회에서 광역의회, 국회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게 정치수업을 받도록 하는, 큰걸음 긴호흡이 필요하고 이는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가꾸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마치고 다시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단으로 돌아온 이수호 선생님의 모습은 그래서 오늘 우리들 가슴에 더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 것 같다. 전국구 의원 자리나 괜찮은 공직, 단체장 후보 제의도 있었을 법 한데, 정년을 채 3년 남기지 않은 지금,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으로 돌아온 것은 더 많은 학생과 국민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려주고 있다. 선거와 무관하게 묵묵히 일하는 지역 공직자와 성실한 언론인들을 통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날 정치지형이 희망의 나무를 심는 봄 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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