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닮아가는 오마이뉴스
'조중동' 닮아가는 오마이뉴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2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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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종수 자유기고가
요즘 담배가 부쩍 늘었다. 막가는 뉴스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날마다 언론매체를 대할 수밖에 없어 고통스럽다. 대한민국에서 나처럼 매체를 샅샅이 훑어보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소위 '황까'와 '황빠'의 논쟁에는 개입할 의사가 없다. 다만 오랫동안 언론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언론이 견지해야 할 원칙과 상식에만 관심을 둘 따름이다.

황 박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익보다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황 박사를 두둔하는 '황빠'에 대해 진실을 외면하고 국익에 사로잡힌 광적인 파시스트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황빠'들은 황 박사를 비난하는 '황까'들이야말로 사실을 왜곡하고 '황우석 죽이기'에 광분하는 집단이지메라고 반박한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실로 엄청난 인식의 격차가 놓여있는 것이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양 진영이 한목소리로 내세우는 사건의 '진실'이다. "줄기세포는 없었고, 논문은 조작된 것"이라는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에 대한 실체를 밝힌다면 작금의 극한 대립과 논란을 어느 정도 봉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서울대 조사위의 신뢰성이다. 최근 잇달아 드러나는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면, 조사위 발표내용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우선 "줄기세포가 없다"는 조사위 발표내용을 뒤바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황 교수팀이 당초 남성(XY) 줄기세포라고 보고했던 4번 줄기세포가 DNA 지문분석 결과 성별이 여성(XX)으로 판별됨으로써 누군가 '클라라'라는 이름만 보고 여성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탄력을 받고 있다.

또, 처녀생식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켰던 황우석 박사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1번 줄기세포주가 당초 서울대 조사위 발표와는 달리 외배엽까지 형성됐다는 언론 보도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논문조작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들이 실타래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미처 밝혀내지 못한 미즈메디 병원과 한양대 소속 관련자들의 공모혐의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고, 조사위가 미즈메디 병원과 국과수의 DNA 조작 가능성을 포착하고도 발표하지 않았던 점도 조사위 신뢰성에 의문을 던져준다.

이런 내용들은 그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그동안 황 박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해온 언론은 그의 주장에 한번쯤은 관심을 갖고 심층취재에 나서야 했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은 황우석 사태와 관련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책임을 묻는 풍토"를 역설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없는 '여론몰이식' 인책론을 경계했다. 그런데 언론은 한 과학자에게 집단이지메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언론에 늘 따라붙는 말이 있다. '왜곡보도'와 '편파보도'라는 오명이 바로 그것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와 대치되는 현상이나 인물에 대해서는 주관적 잣대를 들이대고 주저없이 매도해 왔다.

그런데 이번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는 과거 황박사 영웅만들기에 나섰던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한겨레, 오마이, PD수첩같은 진보언론까지 한데 나서 온통 '황우석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의 최고 영웅이었던 과학자를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만들어버리고 상당수 국민들에게 먹혀들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왜곡보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던 진보언론이 황박 죽이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이름없는 민초들의 헌신적인 참여와 성원으로 오늘의 금자탑을 이루었고 이들의 전폭적인 신뢰감을 이용하여 아무런 저항없이 국민들에게 오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황우석에 대한 비판논조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황우석은 사기꾼'이라는 전제 하에 편파 왜곡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누가 봐도 의혹의 용의선상에 황우석뿐 아니라 노성일과 문신용 그리고 김선종과 박종혁 등 여러 사람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황우석에게만 비난초점을 맞추었다. 황우석이 희대의 사기꾼이란 전제 하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 사생활이나 재산내역까지도 이를 입증하는 재료로 삼았다.

최근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토론회와 성명서를 통해 황우석 교수 연구의혹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고 PD수첩을 두둔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내용에서 'PD수첩'이란 단어만 삭제하면 오마이뉴스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직격탄으로 뒤바뀐다.

이들은 "한국언론이 황우석 사건으로 보여줄 거 다 보여줬다"면서 "특히 기자정신의 패러다임마저도 변질됐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보도태도를 '자살골'로 비유한 뒤 "언론 스스로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허위보도, 편파 및 정치적 왜곡, 물타기, 추측성 보도 등 언론보도의 모든 문제가 드러난 결정판"이라고 혹평했다. 맞는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처음부터 '황우석이 잘못했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비판의 펜 끝을 황 교수에게 겨누었다. 문제는 황우석에 대한 비판논조가 아니다. [오마이뉴스]가 언론의 원칙과 정도에서 일탈하여 과거 '조중동'이 일삼던 왜곡, 편파보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오마이뉴스]는 황 교수가 새로운 사실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때마다 언론매체로서 당연히 실체파악에 나서기보다는 「"더이상 연구원들을 농락하지 마십시오"」「"또 언론플레이... 황 교수, 과학자 맞아?"」「'대한민국' 8번 절정에 달한 황 교수의 '언론 플레이'」등 황 박사 비난기사에 몰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왜곡보도인데, 13일 「DJ 만난 황우석 "당신과 아드님 고쳐드리겠습니다"」라는 기사는 오보로 밝혀졌고, 17일 「검찰, '황우석 언론플레이' '노성일 말맞추기' 엄중 경고」라는 기사 역시 노성일 이사장의 '말맞추기'라는 본질에 황 박사를 함께 엮어 비난한 '물타기' 기사다.

또, 「황교수 동물연구 논문도 전면 조사」(1.24)라는 기사는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들의 논문 취소에 관한 내용을 마치 황교수 논문이 추가 취소되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사진조작 시켰다"」(12.16)는 기사는 김선종 연구원의 일방적인 발언을 보도한 것으로 황 박사를 논문조작의 주범으로 각인시킨 치명적인 기사이다.

이 기사는 황 교수가 사진을 많이 찍어두라는 김 연구원을 말을 근거로 "사진 부풀리기 작업은 황우석 교수가 직접 지시했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자료사진을 충분히 확보하라는 말"이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 노성일과 친분있는 한 의사는 "조작지시란 말은 연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황 박사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가짜로 만들라고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런데도 [오마이뉴스]는 "최소한의 검증과정도 없이 한 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2000년 서울대 강연 중 성희롱 파문」이라는 기사는 당시 성희롱 여부에 대해 찬반이 크게 엇갈려 지금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내용인데도 민감한 시기에 지엽적인 문제를 새삼 거론한 것은 다분히 인신공격성 의도가 엿보인다.

황우석 박사가 수백억대의 재산가란 악의적 보도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본질을 흐리고 초점을 오도시키는 '소외시키기' 보도는 과거 조중동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반면 [오마이뉴스]는 정작 황 박사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이 김선종의 바꿔치기 결정적 혐의를 확보했다」는 국민일보 기사가 모든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후에도 [오마이뉴스]는 이 뉴스를 다루지 않았다. 또 「"1번 줄기세포주 테라토마 외[배엽 있었다"」는 YTN의 뉴스가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것도 무반응으로 대응했다.

황우석을 비난하는 기사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모든 언론은 사실에 근거해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말처럼, 일방적인 '황우석 죽이기'에서 탈피하여 논문조작의 철저한 검증으로 사건 실체에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를 바랄 뿐이다.

/임종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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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라이공무원 2006-02-07 12:57:41
    훌륭하십니다.
    주군도 두분이나 모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