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심성의 사막화를 경계한다
국민 심성의 사막화를 경계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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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론]홍광석 장성생활정보고 교사·소설가
우리는 실패를 만회하는 선심 정치를 기대하지 않는다. 제발 국민의 따뜻한 심성을 멍들게 하는 정치라도 없기를 바란다.

유엔은 2006년을 ‘사막과 사막화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매년 1,200만 ha의 경지가 사막화로 인해 황폐해져 100여 개국 10억 인구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니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급한 환경재앙”이라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 단순히 경고로만 들이지 않는다.

사막화의 원인은 가뭄 같은 기후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위적인 재앙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 성장, 발전의 미명하에 저지른 인간의 소행이 어떠했는지 반추해본다면 사막화가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막화의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의 30%를 사용하는 미국은 온실가스배출을 억제하자는 교토 기후협약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환경문제는 안중에 없이 자국의 경제 성장에만 신경을 쓰는 편이고, EU 회원 국가들도 거의 속수무책이라는 편이 옳다. 죽어나는 것은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의 힘없는 백성들뿐이다.

대한민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그들의 잔치에 바쁘고, 기업은 몸집 키우기에만 관심이 가진다. 살만한 국민들은 국내외에 돈쓸 곳을 찾아다니고, 가진 것 없는 국민들은 하루하루 제 밥그릇 챙기기에 겨를이 없다. 어쩌다 우리 하늘을 가리는 황사 현상이 나타날 때쯤에나 부수적으로 설명되는 ‘사막화’라는 용어를 들으며 근본 원인과 대책을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오직 짜증이나 낼 뿐이다.

그래, 사막화의 이야기는 잠시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하자. 우리 살기도 바쁜 세상에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도 없는 사막화의 문제까지 떠안고 살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하자. 우리나라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계층간의 위화감이 커지는 것은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경고가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야의 명분 없는 싸움과 국민의 불안, 노동자와 농민들의 깊은 한숨과 소외계층의 절망적인 상황에 관한 뉴스도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일부 개각 문제를 두고 청와대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냉소 받을 짓만 하고 있다. 인사권이야 대통령의 권한이라지만 문제는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개각이라는 점이다. ‘자기 사람 챙기기’, ‘묵은 빚 갚기’라고 폄하하는 재벌 언론의 논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인사이냐 하는 점에서는 고개를 가로 젓게 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2년이다. 지난 3년 동안 그를 지켜보았던 국민들은 늘 불안했다. 그리고 불만이었다. 잘 한 일보다는 돌발 언행으로 인해 국민들이 당한 고통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경제적으로 계층간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진 자들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고 작은 그릇의 밥을 덜어 이웃을 돌보던 따뜻한 마음까지 닫게 만들고 있다고 걱정한다. 한마디로 현재 지구에 물리적인 토양의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면, 대한민국에는 그간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켜켜이 쌓여 국민 심성(心性)의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는 말이다. 그 사막화의 중심에 정치권이 있고 또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음을 이제는 누구보다 대통령이 먼저 알았으면 한다. 우리는 실패를 만회하는 선심 정치를 기대하지 않는다. 제발 국민의 따뜻한 심성을 멍들게 하는 정치라도 없기를 바란다. 정치의 실패는 국민들에게는 최악의 재앙이요 역사에 인재(人災)로 기록될 죄악임을 알았으면 한다.

/홍광석 장성생활정보고 교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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