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강물처럼
진실은 강물처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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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신일섭(호남대 인문사회대 교수)
새해 아침이 밝았다. 세월은 흘러 켜켜히 쌓이면서 긴 역사를 이루어간다. 시간이라는 불가역성(不可逆性)은 지나가버리는 일회성의 아쉬움을 늘 남긴다. 연말연시의 여러 각종 모임과 행사는 시간의 이 매정한 일회성에 대한 아쉬움과 각성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우리는 희망과 좌절, 기대와 실망, 기쁨과 분노 등 수많은 곡절을 겪어왔다. 이 가운데 우리를 가장 당혹케 했던 것은 최근의 소위 “황우석 교수 사건”이었다. 전 국민적인 희망에서 전 국민적인 실망으로 곤두박질한 사건이었다. 줄기세포 연구자나 생명과학계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었다.

아직도 무엇이 진실인지 어리둥절하다. 어느 만큼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아 왔던 대학에서, 그것도 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한 논문조작으로 도마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가 당혹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필자는 이 사건의 추이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의 애국애족의 열정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치 2002년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의 열정을 다시 보는 듯 했다. 한 방송사에 의해 처음 그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 심지어 몇 언론사들조차 국가적, 사회적 중요성을 앞세우면서 문제의 진실을 완전히 압도해 버렸다. 해서 그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초유의 광고해약사태를 맞이하였고 졸지에 국민적 지탄과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실은 놀랍지 않는가?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그 문제 제기 자체가 목적(?)에 합당하지 않으므로 배척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연구자 그룹의 한 내부자 고백으로 순식간에 모든 것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지탄받고 있던 한 언론의 진실추구는 서서히 그 진정성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수단과 과정보다는 목적과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의 열정은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한없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진실의 봇물이 한번 터지기 시작하자 젊은 연구자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순간의 감정으로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결코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불같은 열정은 자칫 분별력을 결할 수 있다.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을 때 살피고 따져보고 유추하는 과정은 최소한으로 축소되거나 생략된다. 따라서 열정만으로 정확한 사실과 진실을 파악할 수는 없다. 보다 성숙한 사회를 위하여 우리는 진실의 잣대를 더욱 높여야 한다. 진실이 강물처럼 넘치는 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뜨거운 열정보다는 조금 더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진실을 위해 흙처럼 겸손해야 한다”는 인도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2006년 새해 아침 화두로 삼고 싶다. 흙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밟혀도 항상 생명의 꽃을 피우는 텃밭이 되기 때문이다.

/신일섭 호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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