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적 실천’을 기대하며
‘담론적 실천’을 기대하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3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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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김대성(행정학 강사)
필자는 매학기 첫 강의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다. 학생 3명을 동시에 불러 ‘윈도우(window)’라는 단어를 주고 칠판에 표현하라고 주문한다. 영문도 모른 채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칠판에 옮긴다. 칠판에 적힌 그들의 대답은 놀랍게도 일치한다. 모두 ‘ㅁ’라는 기호다. 만일 프랑스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에게 똑같은 주문을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분명 우리와 다른 사고체계, 아니 기호체계를 가졌을 것이다.

이는 인간이 ‘언어’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어는 현실을 창조하고, 인간 주체를 형성한다. 이처럼 언어가 가진 사회 구성능력에 착안한 사회과학도들의 ‘언어적 전회’는 20세기 학문의 주춧돌이다. 영미의 분석철학, 독일의 비판철학, 그리고 프랑스의 구조주의 혹은 탈구조주의의 공통분모인 셈이다. 그들은 언어 또는 의미의 지도로서 담론에서 지시체를 가리키는 단순 도구 이상의 현실구축 능력을 통찰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사회의 언어적 렌즈를 한번 보자. 그 대표적인 예가 ‘1등 광주, 1등 시민’이다. 광주시가 주조한 이 용어를 살짝 변형시켜 ‘1등 인종,’ ‘1등 민족,’ 또는 ‘1등 백인’ 등으로 전환시키면 해석적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1등’이라는 수식어는 나치즘과 파시즘 혹은 우월주의의 이데올로그적 메타포를 포함한다. 이는 이러한 어휘를 만든 사람의 가치관과 이념 혹은 조작의도가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푸코 등 사회철학자들은 담론적 실천에 따른 지식과 권력에 주된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의 지식과 정체성 등은 담론적 실천의 기능, 즉 구체적인 담론과 담론을 구성하는 규칙들의 결과라는 믿음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2006년 새해에는 지역발전에 대한 다양한 담론형성과 실천을 기대한다. 서로 다른 담론들이 지배적 지위를 위해 각축하고 경쟁하기를 원한다. 이유인즉, 관료들의 책상머리에서 나온 ‘1등 광주’라는 행정적 합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담론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의 역할은 다양한 담론의 의미를 해석하는 한편, 그 속에 감추어진 모순과 역설 등을 비판하면서 대안의 가능성을 모색하는게 아닌가. 가능하면, 과학적이고 기술적이며 기업가적인 담론보다는 보다 상상적이고, 해체적이며,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언어적 렌즈의 등장을 요청한다.

다른 한편에서 이러한 다양한 담론의 형성과 실천은 지역발전의 패러다임 변화를 함축한다. 지배적 담론의 ‘전복’은 지역사회에 변화를 가져온다. 동시에 우리 지역의 ‘성장기제’인 정치인, 고위관료, 기업인, 언론인, 정당 등 담론연합의 지배적 위치를 전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정치적 소외지역,’ ‘경제적 낙후지역’이라는 우월적 담론을 통해 지역민들을 ‘개발’로, ‘개발’로 꾸준히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과실을 훔치듯 따먹었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시켰다. 따라서 지배적 담론변화는 성장기제의 주인공들이 조작해 만든 개발중심의 렌즈로부터 스스로 ‘해방’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올 한해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을 다루는 많은 담론이 쏟아지길 학수고대한다. 여러 대안적 렌즈의 담론을 통해 우리 지역사회의 역량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동시에 ‘성장’과 ‘개발’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굳어진 지역사회의 답답한 국면을 타개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김대성 행정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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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미 2006-01-05 16:26:42
오랫만에 샘 글 뿐만 아니라 이름을 봤습니다^^
너무 반가와서 연락처를 찾았는데 없네요^^

얼치기 2006-01-04 13:57:29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언어학자?
이 세상 언어학자 다 죽었나?

언어학에서 담화(담론이 아니고)분석중 하나는 예의(Politeness)라고 있는데 혹시 아는지?

맞춤법의 기초적 수준도 문제지만 말하는 꼴은 더 수준급 이하네 그려!

언어학자 2006-01-04 04:14:58
이런 짠한 친구를 봤나!
담론을 바꾸면 지역이 달라진다고... 담론이 세상을 바꿔??
언어의 현실구성력이 뭔이 다시 공부하삼~
기초없이 까져가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