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특강-역사를 말한다]를 앞두고
[도올특강-역사를 말한다]를 앞두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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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편지
   
▲ 도올 김용옥 ⓒ광주MBC제공
역사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간이다.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선택된 시간이요, 그 시간에 명멸하는 사건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의 의미는 꾸준히 왜곡되어 왔다. 다스리는 자, 권력을 손에 쥔 자, 돈을 번 자, 총칼을 휘두르는 자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역사만을 선택했을 뿐 아니라, 사실마저 마음대로 왜곡하고 조작했다.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민본과 민의가 어느 시대보다도 드라마틱하게 확대되어나간 역사다. 그것은 민중의 항거와 저항의 역사였다. 조선왕조의 종언을 위하여 항거하였고, 또 그 왕조의 멸망을 초래한 간악한 일본제국주의와 투쟁하였다. 그리고 일본제국주의의 통치를 계승한 미군정에 저항하였고, 6.25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민족상쟁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또 이승만 자유당정권, 5.16 쿠데타 이후의 모든 군사독재정권과 투쟁하였고, 5.18 광주민중항쟁이라는, 민본승리를 결정지운 금자탑을 세우기까지 처절한 선혈을 뿌려야 했다. 이러한 찬란한 투쟁의 역사가 제대로 조명되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왜곡된 사관 속에서, 또 멍든 가슴의 여유를 얻지 못한 암흑 속에서 무지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오늘 여기에 있는 나가 없이는 어떠한 역사도 존재할 수 없다. 단군의 역사도 단군시대의 역사가 아니요, 결국 오늘의 나가 이해하고 있는 역사일 뿐이다. 오늘 여기의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의 실존을 구성하고 있는 현대사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참신한 시각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동학으로부터 5.18 광주민중항쟁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선의 민중들이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투쟁했는가, 그것을 명료하게 인식해야 한다. 좌.우 이념의 질곡 속에 덮여져 있었던 모든 진실을 새롭게 파헤쳐야 한다.

광주는 빛고을! 영원히 빛을 발해야 한다. 그것은 정의의 횃불이요, 우리 민족의 미래적 이상의 구현체요, 바른 가치관의 심연이다. 나의 강의는 갑오동학민중항쟁의 심오한 이론적 측면부터 시작하여, 그것이 구한말의 의병운동과 20세기초의 애국계몽운동에 준 영향을 분석한다.

그리고 3.1운동의 진실, 향후의 모든 무장투쟁, 8.15해방전후 시대사의 문제, 그리고 400만 인명피해를 낸 6.25한국전쟁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소상히 밝힌다.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정확히 인식할 때만이 5.18 광주민중항쟁의 본 모습까지도 드러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광주학생운동과 5.18 광주민중항쟁은 구조적인 연관성이 있다.

이순신은 호남이 없으면 이 나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의 호남의병과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의 호남의병 등, 그 축적된 민중항쟁의 역사를 모르고서는 우리 민족이 민주로 나아간 그 빛의 자취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나의 강의가 호남지역의 민중들의 역사적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2005년 12월 20일 駱閒齋에서 쓰다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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