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회비 거부운동'에 나선 학부모 사연
'학부모 회비 거부운동'에 나선 학부모 사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선 [참교육학부모회 회원]
몇몇의 학부모회 간부들로부터 "아이 일년만 학교 보내고 말거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왕따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 이영선 참교육학부모회 회원
우리 아이들 더불어 잘 키워야죠/ 얼마전 부부동반 계모임에 갔을 때였다. '학교가 너무 문제가 많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왔다.

고등학생 아들이 반장이 된 탓에 학급 학부모 대표를 떠 안았다는 친구 는 "학부모회비를 10만원씩 내라고 했다"며 "생활비도 빠듯한데 이래저래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한탄했다.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해야지 않느냐"는 나의 반문에 다른 친구는 "자식이 볼모로 잡혀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순간 '볼모'라는 단어가 가슴에 꽂혔다. '학부모회비'로 많은 학부모들이 주눅이 들어 있으면서도 얼마나 합리화 시켜왔던가를 떠올린다. 나는 지난해 학부모회 총회 이후로 '학부모회비 거부' 목소리를 내면서 마음 고생을 경험했다.

학교와 부딪칠 때마다 '별난(?) 엄마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내 아이만 백날 잘 키우면 뭐하냐, 세상을 혼자 살아 갈 순 없다. 그렇다면 더불어 잘 키워야 한다.

내 아이 하나를 지키기 위해, 내야될 목소리를 못 낸다면 결국 우리 아이들 모두를 지켜낼 수가 없다`며 당당해지기로 모진 맘을 먹었다. 드디어 학부모회 회비의 지출 내역이 공개되던 날이다.

이제 1학년인 딸아이를 생각하며 마음의 갈등을 느끼며 총회에 참석했다. 한 학기에 걷어들인 학부모회 회비 350만원 가운데 대부분이 스승의 날 각 반 케익돌리기와 몇몇 특정 선생님 선물, 명절 때 상품권, 선생님 체육대회 때 후원하는 형태로 쓰여져 있었다. 학부모회 존재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할지 혼란스런 순간이었다.

나는 기꺼이 손을 들어 학부모회 회비 지출 과정을 강력하게 항의 했다. 많은 학부모 대산 총대(?)를 멘 발언에 몇몇 학부모들이 "공금을 개인 얼굴 알리는데 사용한 꼴이 됐다"며 학부모회장의 공개 사과까지 요구했다.

그 뒤 학교를 걱정하는(?) 몇몇의 학부모회 간부들로부터 "아이 일년만 학교 보내고 말거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왕따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교장선생님을 찾아 학부모회비 지출 투명성을 주장한 학부모들의 문제제기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교장실을 웃으며 잘 돌아서 나왔지만 바로앞에 닥친 교육 현실에 서러움이 복받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학부모 회비로 힘겨운 하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