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문화전당과 택시운전사의 한숨
亞문화전당과 택시운전사의 한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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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종수(자유 기고가)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원인은 리더십 부재, 미숙한 정책추진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비효율적인 홍보방식도 민심 이반에 한 몫 했다고 본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의미 있는 민생관련 정책들이 시행됐다. 복지부문 예산은 역대정부 중 최고 수준이며 암환자 치료비 전액지원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정치적으로 브랜드화해서 효과적으로 알리는데 실패함으로써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지금 광주에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가 첨단산업과 함께 광주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문화수도’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향후 2023년까지 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하여 문화중심도시를 조성하고 5·18 30주년이 되는 2010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특히 전남도청이 떠난 자리에 국비 7천억원을 들여 세워질 문화전당은 도심활성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도심은 썰렁해지는데 건물하나 들어선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외지관객들이 우르르 몰려올 것도 아닌데 우리지역에서 비싼 공연을 볼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문화의 전당이 착공되면 당장 주변 식당이 공사관계자들로 활기를 띠고 장기적으로 1조원 이상의 생산유발과 1만여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등 막대한 파급효과가 있다고 해도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매번 큰 공사를 할 때마다 잔뜩 부풀려진 환상에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건물 연면적이 7만6천여평으로 아시아 최대규모이고 아시아문화연구원, 교육문화원 등 8개 건물군이 세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15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전시장, 도서관, 체험박물관, 연구소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선다니 실로 대단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시설이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지하철처럼 적자에 시달리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먼 훗날 문화발전소에서 돈이 펑펑 쏟아진다는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당장 돈이 될 수 있다는 뚜렷한 확신이다. 도청 이전으로 한숨짓는 택시기사들과 식당아줌마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실속 없는 공연과 세미나 따위가 아니라 텅빈 도심을 가득 채워줄 관광버스들이다. 이를테면 매년 수백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암스테르담 ‘네모’나 파리의 ‘라 빌레트’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바라는 것이다.

과학과 산업, 예술을 테마로 한 이들 공간은 일 년 내내 각지에서 몰려온 학생들과 학부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빈다. 다양한 기구를 갖춘 테마관에서 문화체험을 즐기는 동안 창의력과 함께 미래의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관람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 체험식 전시 기법을 도입한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이 스스로 놀면서 배우고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운데 상상력과 지식을 배양하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매년 많은 관람객이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에도 이와 유사한 교육콘텐츠개발센터나 어린이 지식박물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빈약한 것인지 홍보 전략이 미흡한 것인지 시민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유기고가 prclub@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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