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관심사는?
당신의 관심사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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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이지원(전대신문사 편집국장)
이번 원고마감 차례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한참을 고민했다.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완성된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어떤 주제,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하나의 글이 논리정연해질 수도 있고 형편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온 차례는 마감을 해야 하는 내게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 그 동안 부족한 몇 글자로 매번 원고를 마감시켜왔으나 중간고사가 닥친 탓이었을까. 그나마 평소에는 이것저것 관심 있게 지켜본 사안들에 대해 내 부족한 생각이나마 몇 자 적긴 했으나 이번에는 도통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시험공부보다 더 어려운 주제 고민이었다. 우선,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일간지를 더 꼼꼼하게 읽어본다. 주간지나 인터넷 신문까지도 찾아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관한 이슈를 생각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과의 관련성을 찾다 결국 포기해버린다. 하고 싶은 말도, 궁금한 사안들도 글에서 피력할 정도는 아니다.

그 다음으로, 학내로 들어와 본다. 대학의 축제는 지지난주에 마쳤고, 몇 개 떠오르는 사건이 있긴 하나 주제가 학내 문제로 국한돼 버린다.

다시 내 고민에 빠진다. 바쁜 신문사 생활도 그렇지만 이것보다 더 바빠진 필자의 마음이 한순간도 그냥 쉬게 놔두질 않는다. 다음 해로 부쩍 다가온 졸업을 다시 생각하고, 한번쯤 생각해보는 ‘휴학’을 고민하다 다시 접는다. 유학이니 연수니, 돈 많은 사람들이니 가는가 보다 하고 혼자 결론 내린다. 설사 유학 등에 댈 자금(?)이 없다고 해도 당장 코앞에 다가온 ‘취업이라는 미러를 위해 지금 열심히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필자는 그러지 못함에 괜한 한숨을 내쉬어 본다.

이러다 아차, 필자의 최고 관심사는 ‘관심사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음’임을 깨닫는다. 오호라. 이번에는 이 ‘없음’에 대해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관심사가 없다. 이야기꺼리는 찾았으나 이야기꺼리의 형편없음에 이내 슬퍼진다.

분명 하루하루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 일간지도 꼼꼼히 챙겨보고, 칼럼도 읽어보고, 실시간 올라오는 인터넷 신문도 클릭해보지만 진정 나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관심이 가다가도 어느새 생각들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취업이 안 되긴 안 되나보다. 다음 해가 졸업이라는 사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높은 토익 점수와 컴퓨터 자격증을 당장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필자 또한 떨쳐버릴 수 없다. ‘토익 점수가 높은 사람이 일을 잘하지는 않는다’는 외침들에 매우 공감하는 이유도 그럴 것이다.

이러한 불길한 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관심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는 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취업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닫혀 있는 문을 열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관심은 오직 취업을 향하고 있어 자꾸만 문 닫는 것을 연습하는 듯 하다.

꿈을 버린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고 했던가. 내게도 꿈이 있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일상 모습이 너무도 단순해지고 똑같아지는 것 같다.
지금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이지원 전대신문사 편집국장 jajen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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