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간 세 개의 태풍
비켜간 세 개의 태풍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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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 김우경 미디어 활동가

최근 나에게는 세 개의 태풍이 비켜나가고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열대저기압에서 발생하여 폭풍우를 동반하는 기후이고 나머지 두 개는 사람의 말과 행사에 관한 것이다.

먼저 제14호 태풍 나비가 한국을 비켜갔다. 비켜갔다고 하지만 울릉도는 완전 마비 상태가 되었고 경주와 울산에는 하루에 500mm와 600mm이상의 비가 쏟아 부었다. 나비의 날개짓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지. 2003년 100명 이상의 인명 피해와 수조원의 재산상의 피해를 낳았던 태풍 매미를 생각하면 다행이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태풍은 비켜 갔지만 비켜간 만큼 그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KBS 국민과의 대화를 포함하여 국민과 직접적인 대화를 전개하며 자신의 숙원인 지역 구도극복에 관한 발언을 직접적으로 쏟았다.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통해 국정의 전반을 한나라당에 맡기며 자신은 2선 후퇴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되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노(NO)"였고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혹시나 하였지만 역시나였다. 이것은 열린 우리당 안에서도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민주영령에 대한 모욕이라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듯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여 지역 구도를 극복하겠다는 이러한 발언은 정국에 태풍을 불러왔다.

그리고 인터넷과 진보와 보수의 거의 모든 언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하여 융단 폭격의 비판을 붓고 있다. 최장집, 손호철 교수를 비롯한 진보 진영의 비판도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던 그 시절 보여주었던 그 진심이 지금의 진심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태풍이 직접 맞닥뜨리고 그 힘을 보여주어야 할 국민의 관심은 비켜갔고 정국은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 번째 태풍은 광주문화운동에서 거의 매년 불어오는 태풍처럼 계속 논란을 빚고 있는 광주국제영화제이다. 이번 제 5회 광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지난 4년간의 성격과 달리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그 행사를 치뤄 냈다. 이번 영화제의 부제인 ‘전진을 위한 반추’에서 보듯이 지난 시기에 대하여 부정적인 가정을 두고 출발하여 영화제의 변화를 꾀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영화제의 핵심인 프로그램의 수준은 국제 영화제가 보여주어야 할 현대 영화의 흐름과 새로운 상상력의 자극이라는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할 수 없는 평이한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다. 물론 대중성을 생각한 애초의 의도에서 생각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가져왔다고 하겠지만 그 완성도와 내용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영화제의 행사 운영에 있어서는 자막 사고가 거의 없고 자원 봉사자들의 원활한 진행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로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영화제의 실질적인 흐름을 규정하는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등의 성격 변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영화제가 5년의 기간 동안 이 정도도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웠던 현실이었다.

영화제에 대한 개혁과 폐지의 두 목소리가 서로의 입장들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영화제가 지켜야 할 원칙인 지자체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율성과,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지역의 문화운동가들의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인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물론 이 태풍도 초대권을 받아든 일부 시민들에게는 영향을 끼쳤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관심가져야 할 많은 사람들에게는 역시 비켜나가고 있다.  /makemov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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