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풍수적 관점에서의 환경(2)
청산도, 풍수적 관점에서의 환경(2)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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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배의 청산도 이야기]완도군 청산도 화랑포 해안도로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지난 8월 16일 본지 [시민의 소리]에 현장르포 '서편제가 앓고 있다'는 제목으로 청산도 난개발 문제를 지적했던 자유기고가 전청배씨가 다시 풍수적 관점으로 화랑포 현장을 재해석한 글을 보내왔다. 인간의 탐욕 앞에 제 모습을 잃어버린 화랑포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필자의 글을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파도의 꽃, 화랑포의 형국은 거북이다 화랑포를 권덕리마을의 범바위나 구장리마을의 앞개에서 바라보면 어린아이들이라도 금방 거북이의 형상이라고 알아차린다. 거북이는 영묘한 동물이다. [물명고]에는 머리, 꼬리, 네 발을 한꺼번에 감출 수 있다하여 ‘장육(臧六)’이라 하였고 ‘거복(居福)’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살아있는 복덩어리라는 뜻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바다거북을 ‘개충(介蟲)'이라고 하였다. 거북은 장수와 부귀를 상징하는 십장생의 하나이다. ▲ 왼쪽 그림은 금구형 기본 산형도. 오른쪽은 화랑포 산형도.
청산도는 십장생(十長生)을 두루 지닌 섬이다. 장생불사를 상징하는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가운데 이 섬이 지니지 못한 것은 오직 사슴이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몇 년 전 이 섬에 사슴이 살게 되었다. 들은 바로는 수입산 사슴을 들여와 사육을 하다가 관리를 잘못하여 우리를 뛰쳐나간 사슴이 권덕리, 구장리 일대의 산야에서 야생하며 현재는 그 개체수가 불어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청산도는 십장생을 두루 갖춘 신선의 섬(?)임이 확실하다.

금구형(金龜形)의 길지 화랑포

풍수의 속설에 거북의 꼬리 부분에 접하는 마을이 잘된다고 한다. [거북은 꼬리 부분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그 정기를 받아야만 다산과 풍요를 약속받을 수 있다. 거북은 입으로 기를 받아 꼬리로 전달하여 지기를 내뿜게 한다.] (김두규의 ‘복을 부르는 풍수’, 29쪽)

청산도는 화랑포라는 금거북의 꼬리에 마을들이 매달린 형국이다. 알을 낳기 위해 뭍에 오른 거북이 청산도라는 알무더기를 낳고 바다를 바라보는 영구망해형(靈龜望海形)이요, 금구망란형(金龜望卵形)의 빼어난 길지이다.

화랑포의 거북은 거북머리(龜頭) 쪽의 바다에서 삼치, 멸치, 고등어, 전복, 소라 등 바다의 진기를 흡입하여 청산도 전체를 풍요하게 하고 알무더기에 해당하는 마을들은 거북꼬리(龜尾)로 전달된 기에 의해 부와 귀를 누리게 된다.

바로 꼬리에 해당되는 곳이 서편제의 촬영지 당리마을 황토고개이다. 서편제로 인하여 청산도의 숨은 비경이 알려지고 국내외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화랑포의 금거북이 내뿜는 지기(地氣)가 작용한 발복(發福)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금거북의 알(卵), 갯돌을 지키내는 것은 지기(地氣)를 지키는 일

▲ 청산도 진산리 갯돌밭. /시민의 소리 청산도에서는 짝지(갯돌, 몽돌) 하나도 귀한 보물이다. 이 섬의 어느 해안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짝지밭(갯돌밭)은 모두 화랑포의 금거북이 낳은 알(卵)이다. 도청리의 민가나 상가에서 귀하게 장식장에 모신(?) 갯돌 수석들이 바로 금거북의 알인 것이다. 내 복(福)을 남이 가져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갯돌의 무분별한 외부 반출을 막는 이유가 풍수적 사고로 보면 단순한 환경보전의 차원을 넘어 청산도의 지기를 지켜내는 생명 지킴이의 행위인 것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갯돌 하나도 시각을 달리하여 보면 이처럼 소중한 것이 된다. 완도군의 구개짝지(정도리 구개등) 몽돌 되돌려주기 운동이 돋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섬 매봉산의 매와 보덕산 범바위의 호랑이는 금거북이 알을 지키는 수호천사들이다. 하늘에서 날아드는 알도둑은 매봉산의 해동청 보라매가 지켜내고 뭍이나 물에서 달려드는 적은 범바위의 산중호걸 호랑이가 찌렁찌렁한 포효소리로 지켜낸다. 풍수에서는 이렇게 격이 어울리는 형세가 구비되어야 승지(勝地)요 명당이다. ▲ 청산도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수 있다는 범바위(오른쪽)와 매바위(왼쪽). ⓒ오마이뉴스 정상혁.
풍수의 형국에서는 수중생물로 거북과 잉어를 귀격으로 친다. [거북은 봉황이나 용 다음 가는 귀격동물로 대부분 부귀겸전지지(富貴兼全之地)로 재상지지(帝相之地)이다.](양상화의 ‘형상으로 보는 풍수’, 216쪽)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금거북이나 돌거북의 형상을 만들어 집에 두거나 지니면 복이 온다고 믿었다.

‘산을 진 거북이요 돌을 진 가재’라는 옛 속담도 있다. 산을 짊어 진 거북은 신령스러운 동물이므로 거북 형국의 지맥에는 함부로 정혈(定穴)하지 않는 것이 풍수에 있어서 기본 상식이다.

거북은 단단한 등껍질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뭍에서의 행동이 느린 거북이 다른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단단한 등껍질인 귀갑(龜甲)이 있기 때문이다. 적이 나타나면 거북은 움추린 머리, 꼬리, 네 다리를 등껍질 속으로 감춰버린다. 사지 육신을 감출 수 있다는 거북의 다른 이름인 장육(藏六)이다. 등껍질은 거북의 생존을 위한 완벽한 방패인 셈이다.

물결 랑(浪)자는 허망할 랑(浪)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청산도의 금거북은 지금 죽음과 삶의 기로에 목을 늘이고 있다. 바다를 향한 거북의 등껍질을 사람들이 도려내어버린 것이다. 바로 청산도 당락해안일주도로 개설공사와 방파제공사로 인하여 화랑포라는 금구망해의 풍수명당 혈맥(穴脈)이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올해 5월, 가볼만한 여행지 소개를 위해 청산도를 찾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정상혁 기자는 범바위에서 찍은 듯한 화랑포의 절경을 소개하며 [거북이 형상을 한 저곳은 섬이 아닙니다. 해안선을 따라 일주도로를 낸다고 공사가 한창인데 거북이 등껍질을 떼어내려고 칼집을 넣은 듯해 안타깝습니다](오마이뉴스 2005.5.28 ‘청산도 지금 바로 떠나세요’)라고 지적하고 있다.

화랑포를 바라본 기자가 풍수적 안목을 지녔는지는 몰라도 보긴 제대로 보았다. 일반 여행객마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살풍경을 기자의 눈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을 것이다.

화랑포의 해안일주도로공사는 거북의 등껍질만을 손상시킨 것이 아니다. 바다 밑에 잠겨 있는 거북의 머리며 다리에 다이나마이트 폭약으로 폭파시킨 공사장의 토석을 밀어 넣어 버렸으니 고개를 들 수도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 마구잡이 공사로 엉망이 된 화랑포 해안. /시민의 소리 어디 그 뿐이랴. 거북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들의 산란처와 거북의 놀이터인 해초밭이 망가져 전복, 소라, 해삼의 서식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말았으니 이쯤되면 물결꽃이 피는 화랑포가 아니라 허망한 꽃이 피는 화랑포가 아닌가. 물결 랑(浪)자는 허망할 랑(浪)자로도 쓰임을 몰랐단 말인가. /3회로 이어집니다.
/글 전청배
(자유기고가. 1959년 신안군 하의도 生. 조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관으로 활동. 현재는 광주에서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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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지기 2005-09-08 14:09:47
부서진 해안의 돌들을 보고 마음아프다. 산등성이에서 큰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호랑이바위의 위용이 두렵지 않았단 말인가. 우리는 부끄럼도 없고 염치도 없는 시절을 살고 있다.
지난 1999년 여름 보길도 갯돌에게 상이 주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제 2회 풀꽃상이 그것이다. 제2회 풀꽃상이 그것이다.

보길도 해변의 갖가지 갯돌들은
바다를 연주하는 신비스러운 악기들과 같습니다.
보길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 해에 30만명, 한 사람이 한 개의
갯돌만 들고나간다고 해도 매년 30만개의 돌이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 놀랍고 경이로운 갯돌들이 본래 있는 자리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무심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사람의 참다운 관계를
일깨워 준 보길도 해변의 갯돌들에게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2회 풀꽃상을 드립니다.

<풀꽃세상을위한모임>에서 풀꽃상을 준 취지를 이렇게 썼다.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정작 그것이 사라지고 없어져서 필요할 때는 이미 통곡을 해도 다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여간에 풍수는 우리의 땅덩어리가 살이있는 유기체요 생명현상의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청산도 지형의 풍수적 해석과 의미를 심도있게 다룬 이 글은 환경문제의 시각을 넘어서 우리 삶과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산하가 아프면 거기 기대어 사는 우리가 건강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는 잠시 이 땅을 빌어서 기대 살다 가면 그만이다. 후일이 문제다. 우리 아들과 딸과 손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다시 한번 보길도 갯돌 하나의 의미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