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는 십장생(十長生)을 두루 지닌 섬이다. 장생불사를 상징하는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가운데 이 섬이 지니지 못한 것은 오직 사슴이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몇 년 전 이 섬에 사슴이 살게 되었다. 들은 바로는 수입산 사슴을 들여와 사육을 하다가 관리를 잘못하여 우리를 뛰쳐나간 사슴이 권덕리, 구장리 일대의 산야에서 야생하며 현재는 그 개체수가 불어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청산도는 십장생을 두루 갖춘 신선의 섬(?)임이 확실하다.
금구형(金龜形)의 길지 화랑포
풍수의 속설에 거북의 꼬리 부분에 접하는 마을이 잘된다고 한다. [거북은 꼬리 부분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그 정기를 받아야만 다산과 풍요를 약속받을 수 있다. 거북은 입으로 기를 받아 꼬리로 전달하여 지기를 내뿜게 한다.] (김두규의 ‘복을 부르는 풍수’, 29쪽)
청산도는 화랑포라는 금거북의 꼬리에 마을들이 매달린 형국이다. 알을 낳기 위해 뭍에 오른 거북이 청산도라는 알무더기를 낳고 바다를 바라보는 영구망해형(靈龜望海形)이요, 금구망란형(金龜望卵形)의 빼어난 길지이다.
화랑포의
거북은 거북머리(龜頭) 쪽의 바다에서 삼치, 멸치, 고등어, 전복, 소라 등 바다의 진기를 흡입하여 청산도 전체를 풍요하게 하고 알무더기에
해당하는 마을들은 거북꼬리(龜尾)로 전달된 기에 의해 부와 귀를 누리게 된다.
바로 꼬리에 해당되는 곳이 서편제의 촬영지 당리마을 황토고개이다. 서편제로 인하여 청산도의 숨은 비경이 알려지고 국내외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화랑포의 금거북이 내뿜는 지기(地氣)가 작용한 발복(發福)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금거북의 알(卵), 갯돌을 지키내는 것은 지기(地氣)를 지키는 일
풍수의 형국에서는 수중생물로 거북과 잉어를 귀격으로
친다. [거북은 봉황이나 용 다음 가는 귀격동물로 대부분 부귀겸전지지(富貴兼全之地)로 재상지지(帝相之地)이다.](양상화의 ‘형상으로 보는
풍수’, 216쪽)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금거북이나 돌거북의 형상을 만들어 집에 두거나 지니면 복이 온다고 믿었다.
‘산을 진 거북이요 돌을 진 가재’라는 옛 속담도 있다. 산을 짊어 진 거북은 신령스러운 동물이므로 거북 형국의 지맥에는 함부로 정혈(定穴)하지 않는 것이 풍수에 있어서 기본 상식이다.
거북은 단단한 등껍질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뭍에서의 행동이 느린 거북이 다른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단단한 등껍질인 귀갑(龜甲)이 있기 때문이다. 적이 나타나면 거북은 움추린 머리, 꼬리, 네 다리를 등껍질 속으로 감춰버린다. 사지 육신을 감출 수 있다는 거북의 다른 이름인 장육(藏六)이다. 등껍질은 거북의 생존을 위한 완벽한 방패인 셈이다.
물결 랑(浪)자는 허망할 랑(浪)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청산도의 금거북은 지금 죽음과 삶의 기로에 목을 늘이고 있다. 바다를 향한 거북의 등껍질을 사람들이 도려내어버린 것이다. 바로 청산도 당락해안일주도로 개설공사와 방파제공사로 인하여 화랑포라는 금구망해의 풍수명당 혈맥(穴脈)이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올해 5월, 가볼만한 여행지 소개를 위해 청산도를 찾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정상혁 기자는 범바위에서 찍은 듯한 화랑포의 절경을 소개하며 [거북이 형상을 한 저곳은 섬이 아닙니다. 해안선을 따라
일주도로를 낸다고 공사가 한창인데 거북이 등껍질을 떼어내려고 칼집을 넣은 듯해 안타깝습니다](오마이뉴스 2005.5.28 ‘청산도 지금 바로
떠나세요’)라고 지적하고 있다.
화랑포를 바라본 기자가 풍수적 안목을 지녔는지는 몰라도 보긴 제대로 보았다. 일반 여행객마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살풍경을 기자의 눈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을 것이다.
화랑포의 해안일주도로공사는 거북의 등껍질만을 손상시킨 것이 아니다. 바다 밑에 잠겨 있는 거북의 머리며
다리에 다이나마이트 폭약으로 폭파시킨 공사장의 토석을 밀어 넣어 버렸으니 고개를 들 수도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글 전청배
(자유기고가. 1959년 신안군 하의도 生. 조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관으로 활동. 현재는 광주에서 집필중.)
부서진 해안의 돌들을 보고 마음아프다. 산등성이에서 큰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호랑이바위의 위용이 두렵지 않았단 말인가. 우리는 부끄럼도 없고 염치도 없는 시절을 살고 있다.
지난 1999년 여름 보길도 갯돌에게 상이 주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제 2회 풀꽃상이 그것이다. 제2회 풀꽃상이 그것이다.
보길도 해변의 갖가지 갯돌들은
바다를 연주하는 신비스러운 악기들과 같습니다.
보길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 해에 30만명, 한 사람이 한 개의
갯돌만 들고나간다고 해도 매년 30만개의 돌이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 놀랍고 경이로운 갯돌들이 본래 있는 자리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무심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사람의 참다운 관계를
일깨워 준 보길도 해변의 갯돌들에게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2회 풀꽃상을 드립니다.
<풀꽃세상을위한모임>에서 풀꽃상을 준 취지를 이렇게 썼다.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정작 그것이 사라지고 없어져서 필요할 때는 이미 통곡을 해도 다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여간에 풍수는 우리의 땅덩어리가 살이있는 유기체요 생명현상의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청산도 지형의 풍수적 해석과 의미를 심도있게 다룬 이 글은 환경문제의 시각을 넘어서 우리 삶과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산하가 아프면 거기 기대어 사는 우리가 건강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는 잠시 이 땅을 빌어서 기대 살다 가면 그만이다. 후일이 문제다. 우리 아들과 딸과 손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지난 1999년 여름 보길도 갯돌에게 상이 주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제 2회 풀꽃상이 그것이다. 제2회 풀꽃상이 그것이다.
보길도 해변의 갖가지 갯돌들은
바다를 연주하는 신비스러운 악기들과 같습니다.
보길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 해에 30만명, 한 사람이 한 개의
갯돌만 들고나간다고 해도 매년 30만개의 돌이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 놀랍고 경이로운 갯돌들이 본래 있는 자리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무심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사람의 참다운 관계를
일깨워 준 보길도 해변의 갯돌들에게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2회 풀꽃상을 드립니다.
<풀꽃세상을위한모임>에서 풀꽃상을 준 취지를 이렇게 썼다.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정작 그것이 사라지고 없어져서 필요할 때는 이미 통곡을 해도 다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여간에 풍수는 우리의 땅덩어리가 살이있는 유기체요 생명현상의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청산도 지형의 풍수적 해석과 의미를 심도있게 다룬 이 글은 환경문제의 시각을 넘어서 우리 삶과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산하가 아프면 거기 기대어 사는 우리가 건강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는 잠시 이 땅을 빌어서 기대 살다 가면 그만이다. 후일이 문제다. 우리 아들과 딸과 손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다시 한번 보길도 갯돌 하나의 의미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