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에서 얻을 교훈
'x파일'에서 얻을 교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8.12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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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오늘] 임선숙 변호사

   
속칭 ‘X-파일’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계속 드러나면서 불볕의 한여름을 충격과 논란으로 더욱 달구고 있다. ‘X-파일’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는 두 가지 큰 숙제를 안게 된 것 같다.

하나는 국가권력이 국민을 향해 저지른 불법행위-불법도청-에 대한 처리방법이고, 하나는 도청테이프안에 들어있는 범죄적인 내용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우선 첫 번째의 숙제는 비교적 쉽게 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불법도청을 지시하거나 불법도청에 관여한 국가공무원들과 이를 유출시킨 자들은 철저히 조사하여 법에 따라 처벌해야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국정원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주인으로부터 주인의 권리를 수호하고 신장시키라고 권력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력의 총부리를 오히려 주인에게 겨누고 있었다면 이같은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숙제는 시간이 갈수록 도청테이프와 관련된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그 해법이 묘연해져가는 것 같다.
과연 ‘X- 파일’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관련자들의 범법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여론은 극명하게 갈라져 있는 것 같다.

한편에서는 ‘X-파일’안에 담긴 내용의 범죄적 중대성을 놓고 볼 때 이는 반드시 국민이 알아야 할 사항으로서 공개되어야 하고 테이프 속의 진실에 따라 관련자들을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X-파일’은 ‘독이 있는 나무에 열린 독있는 열매’로서 위법한 방법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라는 점과 사생활보호라는 점을 내세워 이를 근거로 도청당한 사람들의 범죄행위를 들추어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X-파일’ 안에는 그동안 힘깨나 써왔던 사람들이 자기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취한 행위와 부패의 사슬이 적나라하게 들어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X-파일을 들추어보고 싶은 호기심은 크기만 하다. 더불어 이 기회에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언론등 사회지도층으로 행세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우롱하는 추잡한 거래행위가 있었다면 낱낱이 밝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그러나 돌아서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국가권력기관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불법적인 도청을 했다는 것이 우선적인 분노의 대상일진대, 도청희생자들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도 불법도청행위와 마찬가지로 처벌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무언가 자꾸만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한다.

 ‘X-파일’에 따라 범죄행위를 수사하여 처벌하게 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불법도청의 유효성을 우리 사회가 인정해주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결과가 ‘혹시’라도 훗날 권력자들의 부패행위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한 범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애국적인 충정에서 불법도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항변을 하면서 불법도청을 통해 얻은 사실을 공개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상황의 해법에 대한 과거의 선례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서 이다.

수사를 반대하는 여러 가지 논거들이 있지만 나는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X-파일’을 근거로 수사가 진행되고 처벌이 행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도층과 권력자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추악한 행위를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 일을 통해 어떠한 이유로도 국가권력기관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강한 의지와 결단을 내리고, 이를 통해 미래사회에 대하여 교훈을 남기는 것이 비리에 쌓인 지도층을 처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선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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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신 2005-09-04 04:49:27
임변호사님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지 못하겟어서,
오늘밤 한겨레등,간 인터넷에 글을 띄웠습니다.

자유게시판과 토론방에 글 올려 놓았으니 보시기 바랍니다.

황톳길 2005-08-13 18:00:19
같은 파일이라도 이렇게 '엑스파일'이라 이름을 붙여 놓으니 더 호기심을 갖게 되고, 더 궁금해 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공개할 건 하고 사죄할건 사죄해야 하는데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의혹만 더 증폭시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