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대응 위해 제자리 찾기 권한다
변화 대응 위해 제자리 찾기 권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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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람들은 흔히 현대사회를 '전문화된 속도전'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일컫는다. 이는 곧 현대사회가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기능을 기반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강대강하는 태도나 지식 가지고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무척 빠르게 정교해져 가고 있다. 어제의 가치나 기준이 오늘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아! 이렇게 새로운 것이 있었나 하고 감탄하는 중에 벌써 그 사실이 먼 과거처럼 생각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알빈 토풀러의 일회성용품 사회의 도래에 대한 염려는 이제 이야기거리도 안된다. 세상은 이미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의 형식들의 변화가 종국에는 그 주체마저 배제시켜버리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 지역사회의 실정을 돌아보면 무사태평이다. 변화가 무엇인지, 전문화가 무엇인지, 속도가 무엇인지 더듬어볼 생각조차 않는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저 그렇게 살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우선 사회의 변화를 두고 고민해야 할 학자며 지식인들이라는 사람들의 거동을 보면 낯뜨거운 모습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방향을 바로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자기가 해야할 분야는 던져둔채 돈이 돌거나 인기있는 쪽만 계속 기웃거리지를 않나, 제 일은 않고 남의 일에만 이러쿵저러쿵 시비거는 것을 전문으로 하지 않나. 우리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공직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데 변화다, 전문화다 하는 것들이 다 무어냐 하는 태도다. 지역사회의 현실 여건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첨예한 경쟁과 변화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의 권위와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만 몰두하는 형국이다. 그러니까 변화에 따른 지역사회의 긴요한 현안들을 돌보기보다는 권력의 핵심부가 움직이는 서울 정치에만 집중한다. 지역사회의 내적 동력이 될 수 있는 사회운동 단체들도 문제가 없지 않다. 이 지역사회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사회운동 단체들이 결성되어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운동이 크게 활성화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활동을 어느 정도 인정할만한 단체는 서너 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당수의 사람들이 중복해 책임을 맡거나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할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운동 단체가 사회 변화의 전문적 힘을 제공하기보다는, 자칫 변화를 왜곡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문화된 속도전을 좇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가 잘 알지도 못한 채 변화의 기류만을 타다가는 그 기류에 매몰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변화를 읽어내고 그에 대응하자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우리 서로 마음을 열고, 지금까지 우리를 뒤쳐지게 만들었던 개념과 구조를 개혁하면서,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를 전문화시켜 나갈 때 희망이 있다. 우리 모두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 팽개쳐 두었던 자기 일을 되찾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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