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이 오면 꽃구경을 어디로 갈까요?”
“어머니, 봄이 오면 꽃구경을 어디로 갈까요?”
  • 김복순 기자
  • 승인 2005.02.0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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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동 이남이(89)씨와 아들 김수강(56)씨

▲ 어머니와 아들 ⓒ2005 안형수 유리창이 많은 집 3층에 가난한 아들과 어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남이씨는 89세이고 아들 김수강씨는 56세입니다. 어머니는 노환으로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작습니다. 누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놀아줄까요. “어머니.” 밖에서 돌아온 아들이 어머니를 부릅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를 보세요. 시집을 가는 신부처럼 얼굴이 금방 밝아집니다. 아들이 찐빵을 사러 밖에 나가 있었던 시간이 어머니에게는 얼마나 길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 여기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찐빵이 있습니다.” 아들이 뜨끈한 찐빵을 봉지에서 꺼냅니다. 자리에 누운 어머니는 동지섣달 꽃 보듯 아들의 얼굴을 하염없이 보고 또 봅니다. 아들도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또 만지며 조용한 웃음을 노모에게 보여드립니다.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어야만 안심이 되고 행복합니다. 아들이 빵을 드리기 위해 어머니를 안아 일으킵니다. 어머니의 몸이 어제보다 가벼워졌습니다. 요즘 들어 어머니가 통 음식을 드시지 못한 탓입니다. 눈뜨면 너무 쉽게 가벼워지는, 자꾸만 사람 사는 세상의 시간이 어머니에게서 떠나가는 듯해 아들은 가슴이 무겁습니다. 어머니가 빵을 드십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안고 소화되기 적당한 온도의 물과 먹기 좋을 만큼의 빵을 떼어내어 어머니 입 속에 넣어드립니다. 뜻밖에 어머니가 빵 한 개를 다 드십니다. 아들은 빵을 드신 어머니의 입 속을 깨끗한 물수건으로 정성껏 닦고 붕대로 싼 발도 봅니다.“어머니, 발 소독 좀 하겠습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발을 무릎에 올리고 붕대를 풉니다. 붕대를 풀면서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세심한 주위를 기울입니다. 언제부턴가 어머니의 발뒤꿈치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는데 날이 갈수록 상처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깊어집니다. 아무리 약을 바르고 소독을 해도 도무지 새살이 돋질 않습니다. 상처에 소독약이 닿자 어머니가 시린 통증을 호소합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발을 부여잡고 입으로 가만가만 불어줍니다. 그런 아들과 어머니 등으로 어둠이 깊게 박힌 유리창 틈 바람이 들어옵니다. 소독을 끝낸 아들은 어머니가 앉아 있는 자리 밑으로 손을 넣어봅니다. 바닥이 차지만 기름이 없어 보일러를 돌리지 못합니다. 아들은 전기장판 온도를 조금 높입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말합니다. “어머니, 이젠 주.무세요.”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을 보며 대답합니다. “나는 괜찮으니 네가 전기장판에서 자거라” 또 아들이 말합니다. “아니예요, 어머니가 따뜻한데서 주무세요.” 이렇게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따뜻한 곳에서 자라고 다툼을 합니다. 아들은 차라리 어머니를 안고 거실로 나와 TV를 봅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잠을 청할 때까지 어머니를 등뒤에서 안고 있습니다. ▲ 김수강 ⓒ2005안형수
다음 날. 아들에게 손님의 전화가 옵니다.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빨리 차를 가지고 와주라는 내용의 전화입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합니다. “어머니, 일 다녀올께요.” 어머니는 일을 나가려 하는 아들을 어떤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아들은 차마 어머니 혼자 두고 일을 가지 못하고 생각을 바꿉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드립니다. 그리고  머리를 곱게  빗겨드리면서 말합니다. “우리 어머니. 참 이쁘시네. 어떤 꽃이 우리 어머니보다 더 이쁠까, 어머니, 이제 가야겠습니다. 제 등에 업히세요.”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좁은 3층 계단을 내려옵니다. 겨울이라 서로 껴입은 두꺼운 옷 탓에 어머니가 아들의 등에 안전하게 안겨들지 못하고 자꾸 미끄러져 내리려 합니다. 아들이 염려합니다.

“어머니, 계단 내려갑니다. 제 옷을 꽉, 잡으시고 추우니까 얼굴을 제 등에 묻으세요.”

 아들은 어머니를 옆자리에 태우고 손님의 일을 봅니다. 남의 각종 물건도 운반해주고 지금처럼 급히 갈 곳이 있는 손님을 운행해 주는, 요즘 말로 쉽게 말하면 개인 용달이 아들의 직업입니다. 그나마 들어오는 일감도 제대로 할 수 없을뿐더러 또 남들처럼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일도 할 수 없습니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혼자 두고 나갈 수가 없어서입니다. 그래서 아들과 어머니, 아니 가족 모두가 가난합니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 어머니의 몸에서 열이 납니다. 아들은 어머니 배를 만져봅니다.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아 방광이 또 부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달립니다. 이런 일로 위급해진 어머니는 병원을 자주 찾습니다. 어떤 때는 구급차가 달려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지금처럼 아들이 어머니를 등에 업고 뛰기도 합니다.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세상을 훌쩍 떠나 버릴 실 것만 같아 늘 불안하여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아들은 어머니 곁을 잠시도 떠나지 못합니다. 야윈 손을 잡고 밤 새워 날 새워 지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함은 물론이요, 음식도 잘 먹지 못합니다.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시니 음식 맛이 없습니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지극한 효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이 낳은 어머니와 아들이라고.?”

 아들의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틀림없이 긴 인생이었다고.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말합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드시고 싶은 음식 맘껏 못 사드리고, 가시고 싶은 곳 다 모셔다 드리지 못해서요. 어머니, 제게 소원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앞으로 5년만 더 제 곁에 있어주시는 일입니다.이제 조금 있으면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봄이 옵니다. 꽃들 울긋불긋 어우러지는 봄이 오면 어디로 꽃구경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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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 2005-02-04 13:52:18
자식들에게는 부모가 있지요
부모는 자식들을 애지중지키우내지요
먹고싶은것 입고싶은것 참아가며 오직 자식만 위해서 살지요
그런데 막상 부모가 늙고 병들어 자리에 누우면 자식들은 귀찮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곱고 눈물나는 자식의 효도가 있다는건 부모가 있는 저로서는 부끄럽고 아들의 효도가 눈물나게 애절합니다.
그리고 홀로사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싶어지네요
김기자님 눈물나는 기사가 자식들의 마음을 많이 감동시켰으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좋은글 기대하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