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설맞이
서민들의 설맞이
  • 문병란
  • 승인 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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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에선 신정이 지났고 새해 새살림이 시작되었지만 서민들의 설맞이 이른바 구정(음력설)이 다가오고 있다.민족 대이동으로까지 표현되는 설맞이 고향방문을 위한 명절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설, 새해의 첫날, 한자어로 세수(歲首), 세초(歲初), 원일(元日), 원단(元旦), 연두(年頭), 연시(年始)란 한자말이 있지만 설이나 설날로 부른다. 그 설의 어원은 무엇일까?
'낯설다'의 '설다'에서 왔다고 한다. 묵은 해에 비하여 전혀 '새로운 날'의 뜻이 담긴 '낯선 날'에서 '설날'이란 말이 새해맞이 첫날의 명절로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또 고어로는 '설'이 한 '살' 두 살하는 나이(歲)를 나타내는 말인 것으로 미루어보면 설은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히 다ㅅ.ㅅ서레(年五歲):나이 다섯 살에'의 뜻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태양력이나 태음력을 받아들여 사용하기 이전에는 우리 나라 동국의 연초인 설을 동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추측하여 동지(12월22일경)가 지나면 나이가 한살 는다 했고 '드는 설'이나 '작은 설'이라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섣달(12월의 명칭)이 왔고 '섣달'의 'ㄷ'음은 'ㄹ'음과 넘나드는 말로 '설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래야 어떻든 설날은 음력 1월 1일을 지칭하며 추석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로 남아있다.

이 설날에는 설빔(歲粧)으로 준비해둔 새옷을 입고 웃어른에게 세배(歲拜)를 올린다. 세찬(歲饌)과 세주(歲酒)를 나누며 별식인 가래떡(흰떡)을 썰어서 만든 떡국(餠湯)을 먹는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을 '떡국을 먹는다'고 말한다. 추석과 같이 조상께 차례를 드리고 인근 대소가나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여러가지 놀이를 한다. 그 놀이는 농경 풍속에서 유래되어 풍년을 기원하거나 액운을 막는 나례(儺禮; 음력 섣달 그믐날 밤 마귀나 잡신을 쫓는 굿) 풍습과도 관련되어 있다.

'지신밟기' 즉 '농악놀이'나 '탈춤' '윷놀이'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민속은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 도시문명의 발달로 그 의의가 사라지고 일요일마다 휴식하는 태양력 사용으로 월별 명절이 모두 시들해졌지만 이 구정 '설'과 8월 대보름 '한가위'는남아 있다.

2005년 경제불황이 새삼 IMF의 연장선상의 고통을 실감케 하는데 서민들의 설, 설움이 많아서 설인지, 풍요보다 이 궁핍의 시대, 모든 서민들의 실직과 자영업의 불황이 계속되고 노숙자 파산자 신용불량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다가오는 설은 그 어원마저 달라질 모양이다.

그러나 한편 연휴를 맞아 해외관광 항공편이 매진되고 있는 사람들의 호화판 소비풍조는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들고 있다. 맵쌀 가루를 쪄서 떡메로 쳐서 가래떡을 만들던 옛날에도 신라적 백결선생은 떡만들 쌀이 없어서 그의 아내를 위로코자 대악(대樂, 방아타령)을 지어 가야금으로 떡치는 소리를 냈다고 한다. 가난하여 그 옷을 백 군데나 기워입어 百結先生(백결선생)이라 했다는 그 청렴결백한 박제상의 아들 백결선생 그 마음 그 청렴을 받아들여 이 땅에서 부정과 부패가 그 자취를 감추는 밝은 사회건설을 염원한다.

혹자 우리 나라가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서 2만불 고소득 시대가 닥쳐온다고 김치국을 마신다.

나는 신년사에서 2만불 고소득보다 작은 꿈을 기원했다. 고소득 따라 부정과 부패도 늘어가고 허위와 사기와 도덕의 타락이 만연한다면 잘사는 꿈은 마귀의 유혹에 불과하다. 지금 이 땅에는 수많은 마귀가 온갖 유혹을 뿌리며 한탕주의 배금주의가 미풍양속마저 깡그리 병들게 하고 있다. 이미 신정 원단에 다짐하고 기약했지만 또 한번 조상의 차례상 앞에서 민족화합과 광명정대한 정의사회를 꿈꾸어 보자.

이동인구 몇 천만명을 헤아린다는 설연휴풍경. 우리는 왜 고향을 찾으며 부모를 기리고 추원보본하는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 질서와 도덕이 있고, 인의와 예절이 충만한 사회, 인정을 나누고 애환을 같이하는 두레공동체 사회, 흥부는 더 부지런하고 자기몫을 챙길줄 아는 주권자의 시민의식을 기르고 놀부는 대오반성하여 사랑을 베풀줄 알아야 할 것이다. 흥부전의 '제비'는 결코 금은보화가 든 박씨를 물어오지 않는다. '근면'과 '절약'과 '양심'의 표상일 것이다.

/ 본지 발행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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