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습니다"
"사람이 좋습니다"
  • 김복순 기자
  • 승인 2005.01.22 0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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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동광주지점 청원경찰 이석재씨

미소짓는 ‘남자’ 인사하는 ‘남자’    

▲ 어린 아이부터 늙은 할아버지까지 그의 미소는 소문이 나 있다.ⓒ안형수 “어서 오세요, 좋은 오후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근무시간 내내 거의 인사만 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피어오르는 꽃송이도 좋아하고 겹쳐졌다가 풀어지는 높은 하늘의 뭉게구름도 좋아하지만 그 중에 사람을 제일 좋아한다. 남녀노소, 귀한 사람, 비천한 사람 구별하지 않고 사람이면 모두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에 취직을 했다. 바로 우리동네 광주은행이다. 그의 이름은 이석재이고 나이는 서른 한 살이며 아직은 미혼이다. 그는 광주인력용역회사의 직원으로 광주은행 동광주지점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이다. 우리는 경찰이라는 명칭만 들어도 왠지 조금은 위협적이고 조금은 겨울비처럼 싸늘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지니고 있는 청원경찰 이름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어떤 두려움도 거부감도 없다. 어쨌든 아이 같은 미소를 지닌 그는 매일매일 변함없이 은행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를 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지라 그의 인사를 모두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의 인사에 매우 거북해 하면서 살짝 이석재씨의 얼굴을 쳐다본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가 인사를 하거나 말거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은행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밖은 자락자락 몰아치는 바람으로 춥다. 이석재씨 앞에는 보온 통이 있다. 예순이 넘은 할머니가 들어온다. 할머니의 얼굴은 벌판 끝에 서 있다 온 사람처럼 추위로 상기되어 있다. 할머니를 본 이석재씨는 빠르게 자신의 자리에 있는 보온 통에서 따끈따끈한 보리차를 종이컵에 따라 드리며 “할머니, 추우시죠? 건강차입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말한다. 은행에 올 때마다 그를 본 할머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마워, 근데 나한테는 인사 그만해, 안해도 자네 마음을 다 아니까, 알았지? 답하고 차를 마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보리차를 목으로 넘기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다. 그가 젊은이, 노인, 학생, 어린이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하는 인사와 미소는 직업의식에서 오는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다. 봄이 되면 꽃송이들이 저절로 피어오르듯 그저 사람을 보면 하고 싶어서 하는 인사다. 따뜻한 피를 지닌 사람의 인사인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저는 어머니 사랑을 특별히 많이 받으며 자랐습니다. 제 어머니도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냥 사람이 좋습니다” 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광주은행 두암지점 청원경찰 이석재씨ⓒ안형수
 우리동네 은행을 찾는 사람들,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젠 이석재씨의 인사를 거부하지 않는다. 어느 날부턴가 자연스럽게 그의 어색한 인사가 모래 속에 물이 들 듯 그렇게 사람들의 감정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그리하여 경직되고 사무적이었던 은행이 그의 노래 가락 같은 인사와 미소로 조금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공간으로 변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미소와 인사로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남자 이석재씨.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청원경찰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생각 해보지 안했는데 음.... 글세 잘 모르겠어요, ”라고 쑥스러워 웃으며 엄마를 따라 은행에 온 여자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만다.

 기분 좋은 웃음. 보면 볼수록 정과 순순함이 깊어 보이는 얼굴의 우리동네 청원경찰 이석재씨. 그를 무엇에 비유해야 가장 적합한 표현이 될까. 그는 지금도 사람들 속에서 인사를 한다. “옷이 참 이쁘십니다, 또 오세요”의 말과 미소가 향기처럼, 은행 구석구석, 사람들 가슴과 가슴에 퍼진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서 있는 이 순간은 다른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참되고 좋은 그의 본성이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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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건아 2005-01-26 11:51:30
"사람이 좋습니다" 라는 말이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항상 웃음과 함께 하시기 때문에 더욱 그럴거 같습니다
요즘 웃음이 사라지고 사람 사는 거 같지 않다고 많이들 그럽니다.
하지만 웃는 사람 한명이 모둘 변화 시킬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 느끼네요~

한복임 2005-01-26 11:11:41
마음이 언짢다가도
은행 문을 여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하는일에 당당하고 소신이 있어 보여
더욱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기분좋은 이석재씨를
닮을 수 있다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이해목 2005-01-23 14:57:23
언제 어디서나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복 중에 가장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면 도저희 웃을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마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환하게 웃을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지겠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웃음 2005-01-23 10:54:52
저도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장소에서 일을 합니다.

웃고싶지 않을때도 많아요.
그런대도 웃어야해요.불행이죠
그런대 이분은 어떻게 이렇게 웃을수있는지 알지못하겠어요

김기자님 글처럼 정말 이분이 웃는 미소는 천사가 웃는모습이네요.
열심히 저도 웃는연습해야겠어요.
김기자님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