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펀한 섹스에 젖은 멜로에다가, 하드보일드한 자극을 주고 추리물의 긴장도 폼나게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초적 본능] 비슷하게. 재료와 양념이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요리솜씨가 좋아야 한다. 재료 : 시나리오 C급, 한석규
A급, 여배우 B급과 C급, 조연 C급. 양념 : 스텝 무대 소품 : B급과 C급. 그런데 요리솜씨가 어정쩡하다. "좋다(B)고 하자니
떨떠름하고, 비난(C나 D)을 하자니 야박하고 ..." 그 어정쩡한 저울질을 하다가, [바람난 가족] [실미도] [태극기...]가 떠올랐다.
그런 정도의 영화가 대체로 그렇다.
여배우는 이은주가 돋보인다. [태극기]에서 순박한 역할에 평범한 연기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강렬하다. 까페에서 노래가 매우 좋다.(진짜 자기노래일까? 설마! 그렇다면 가수로도 크게 성공하겠다.) 정사장면은 진한 듯 하다가,
갈 때까지 가지 못하고 몸을 사린다.(감독이 그리 한 걸까? 빈약한 몸매에 자신이 없었을까? 부끄러움이나 이미지 관리일까?) 성현아는 끼를 펼칠
듯하다가 정색을 하고 멈추어 버린다. 답답했다. "도대체 무얼 어쪄겠다는거야!" 재능이 어중간한데, 맘까지 연약한 모양이다. 배우들을 자기
페이스로 휘어잡지 못한다.
우리의 현실에서 형사는 그렇게 폼나게 생활하지 못한다.
형사들의 어색한 패션모드는 웃어넘기자. 요즘 취향으로 쿠~울한 애인과 첼로전공의 우아한 아내, 클래식 음악과 퓨전 음악의 어우러짐을 즐기는 멋진
카-드라이버, 두 층을 위아래로 트고 퓨전 디자인을 절묘하게 자리잡은 팬션과 우아한 아파트 실내장식, 멋진 지성과 격한 야성에 얄밉도록 이기적인
방황의 고뇌. 관객을 진하게 유혹해보려고 자기 멋을 한껏 부린 제비족 같다. 그래서 그 억지가 오히려 가엾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다. A급을
잔뜩 의식하다가 C급으로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넘쳐흐르는
거품을 보는 것 같아서, 지겨움과 연민과 안타까움이 범벅이다. 폼잡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를 바란다. 자기에게 솔직했더라면 오히려 훨씬
나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혹시나 이 영화를 [살인의 추억]이나 [범죄의 재구성]에 빗대어 말하는 것은 그 영화에게 실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