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이끼루] [거미집 성] [7인의
사무라이]. 그 풍물에 그리움이 스며오기도 하지만, 음향 촬영 앵글 편집 연기 그리고 스토리가 펼쳐지는 패턴이 그 때 그 시절로 빨아들인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작품실력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를 '스승'이라고 칭송하였던 프란시스 코폴라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토록 새로움이 넘쳐흐르는 세상을 앞장서서 이끌어 가는 빼어난 후배들의 작품하고 같은 눈금자로
저울질하는 건 잘못이다. 지금의 눈을 벗어나 그 시절의 영화들에 잠겨서 돌이켜 보면, 그는 그 시절에 상당히 빼어난 감독이었겠다.
[들개] [이끼루]는 스토리의 기본줄기에 선과 악을 무리하게 몰아치는 점이 없지 않지만, 사회문제를 매섭게
파고드는 힘과 그 섬세한 터치에서 깊은 고뇌가 보인다. 그게 거칠게 선동적으로 외치지 않고 은근하게 깔려있어 숙성된 관조가 있다.
[거미집 성] [7인의 사무라이]는 일본 중세 풍습과 풍물에 낯선 신기함은 있었지만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7인의
사무라이]는 무려 4시간이나 늘어졌고 액션에 응축된 긴박감이 없었다.
마지막 싸움장면이 제법 좋았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지루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눈'으로 보자면, 독특한 화면처리나 연출기법이 상당히 실험적이어서 선구적인 개척정신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서양그릇에 일본 음식'인지 '일본그릇에 서양음식'인지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전통과 현대를 뒤섞어 새로운 예술적 미감을 찾아보려는 '퓨전'적 실험이 돋보였다.
옛날 영화가 '지금의 눈'으로 '괜찮았던 영화'가 별로 없는데, 그의 영화는 지금의 눈으로 괜찮았고 '그 당시의 눈'으론 '빼어난
영화'였겠다. 그를 향한 찬사가 유명세에 무턱대고 올라타는 '지적 사기'는 아니었다. 그의 영화에선 옛날 유명영화에 '삐딱한 불안감'을 털어
내게 되어 내 스스로에게 다행스러웠다.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