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한겨레 신문 붙인 전주 할아버지
대문에 한겨레 신문 붙인 전주 할아버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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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조선 친일행각 반성 때까지/ 떼어내면 고소할거야!/ 징용 1세대 이용산 할아버지가/ 한겨레신문을 대문에 붙인 이유/ 누구도 부여하지 않은 권력을/ 누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 반성 없으면 역사 되풀이될수밖에/ 젊은 사람들이 역사 바로 알고 / 나라 위해 부지런히 살았으면...// 전주시 인후2동 주택밀집 지역. 시내에 있는 주택가라지만 좁은 골목과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인후2동 한 허름한 집 대문에는 한겨레신문이 동아,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보도한 '언론권력 해부' 시리즈 홍보판 호외가 튼튼하게도 붙어 있다. 과연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 무척 궁금하다. 한겨레 신문사 지국장일까, 아니면 주재기자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언론개혁 운동하는 운동가의 집일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자신의 정파성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개진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다소 폐쇄적이라고 생각해 온 나는 자기 집 대문에 한겨레신문 '언론권력 해부' 시리즈를 붙여놓은 장본인이 누구일까 너무도 궁금했다. 일단 벨을 누르고 보자! 문을 열어 준 분은 마루에서 아버지의 유서를 정리하고 계시던 77세의 이용산 할아버지였다.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한겨레신문 주주이기도 하다는 이용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언론개혁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 대문에 이런 신문 붙여 놓으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간혹 지나가다 나에게 그렇게 묻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내가 조선, 동아일보가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지금까지 사과 한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한겨레신문의 '언론권력 해부' 시리즈를 대문에 붙여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깨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새로운 세기가 오고 새로운 세대들이 자라고 있는데 우리의 언론, 특히 친일 행적의 신문들이 반성도 없이 그 누구에게도 부여받지 않은 권력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느낀다." - 이렇게 언론개혁에 관심을 기울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일제시대 징병1세대다. 누구보다 나라 없는 설움을 받았다. 그리고 내 몸에는 그때 입었던 상처가 희수가 넘어서도 그대로 있다. 지나간 역사를 배우고 반성하고 하는 것이 없다면 그 역사는 되풀이 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1등입네 하는 신문들은 어떤가? 반성은 커녕 그때 시대 상황논리만 앞세우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일년내내 이 한겨레 신문을 대문에 붙여 놓을 것이다. 동아, 조선이 떼어 내면 또 붙여 놓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깨치도록 할 것이다." - 젊은 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내 할아버지의 교훈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선한 끝은 있지만 악은 끝이 없다. 한을 주지말고 덕을 주어라' 그리고 '부지런하면 내 앞길은 열린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이 나라를 위해 부지런히 살았으면 한다." 이용산 할아버지는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지난 1990년 정년퇴임을 하셨다. 몸져 누워계신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아가시는 이용산 할아버지는 늙을수록 공부를 더 해야겠더라는 말씀을 하시며 다시 손에 책을 잡으셨다. <제공: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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