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정쟁끝에 얻는 건 자멸
[쓴소리단소리]정쟁끝에 얻는 건 자멸
  • 문병란
  • 승인 2004.03.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진영과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진영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나라 823억 노후보쪽 113억, 그야말로 억하고 입이 벌어지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이 땅의 정경유착이 엊그제의 일이 아니지만 타락선거의 전형인 돈선거 풍토가 만천하에 노증되었다. 그런데 부정한 돈의 합계금을 보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느낀다. 두 당이 불법 대선자금을 걷어 들여 사용한 것은 같지만 한나라당이 여당인 민주당의 7곱을 쓰고도 낙선했고 그의 7분의 1만을 쓰고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하였다. 어떤 의미에선 돈선거지만 그 돈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민족의식이나 개혁의지는 타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적이 위안이 된다.

검찰수사, 유권자 개혁의지 위안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자금을 많이 쓰는 쪽은 으례껀 여당이었고 부정의 주도권도 여당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에선 야당의 불법선거자금이 많았다는 특이한 현상을 남겼다. 그것은 한나라당의 우세지역인 영남 쪽의 기업이 유착이 심했고 노후보쪽을 민 호남쪽의 기업이 덜했다는 결과일 것이다.

4월로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불법자금의 전모를 밝혀 그 악역을 맡은 사람이나 당에 대한 민주심판을 내리기 위한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일단 조사에서 그치고 처리는 선거후로 미룬다는 검찰 측의 차후 조사나 처리 일정은 매우 잘못된 것 같다. 더구나 어느 당이나 출사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거후로 처리를 유보한다는 것은 조사의 목적 자체에 의혹을 갖게 한다. 중간발표의 의미마저 퇴색시키는 조치이다. 다가오는 총선을 거듭나게 하기 위해선 정풍 정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조사만 하고 처리를 미룬다면 그 부정의 주인공들이 다시 총선 분위기를 오염시킬 것이다.

그리고 부정을 저지른 당의 표정이나 언행은 너무나 후안무취하다. 여당은 비록 액수는 적으나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개혁을 주도한 당으로서 그 액수와 관계없이 10분의 1만 넘으면 대통령 자리도 내 놓겠다 자신만만했는데, 결국 그 상한선을 넘고 말았다. 액수 고하와 관계없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지도자의 언행이 중천금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더구나 한나라당 후보의 태도는 적반하장격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감옥가겠다 호언하는 그 책임지겠다는 자백은 당연하나 반성의 기미 없이 배수진친 전략의 인상을 주는 것은 상대방 물고 늘어지기 작전이다. 그 산더미 같은 불법액 앞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모자라지 않겠는가. 반성과 겸허함이 없는 오히려 부정한 입장치고는 선전포고 같은 느낌을 준다.

검찰은 검찰대로 선거를 앞두고 싸움거리만 만들어 주었을 뿐,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 풍토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였다. 10분의 1도 못된다, 10분의 1을 넘으면 하야도 불사하겠다. 그것을 내세워 대통령 거취에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딴 살림 차린 민주당 사수파들은 대통령 탄핵 발의를 감행함으로써 혼란의 극치를 나타내고 있다. 열린당의 미심적은 분열상은 탄핵 자체가 정략적인 술수이고 결행까지는 미지수임을 느끼게 한다. 칼을 섣불리 빼는 것은 아닌데 도로 넣을 수도 없는 칼, 결국 호박이라도 찔러봐야 하는 것 아닌가.

탄핵은 '비극적 자살' 초래

부정한 대선자금도 혼란상태에서 멈칫거리고 10분1 사건과 탄핵 발의, 그 수습이 주목되거니와 그 후유증 상처를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 시끄러운 총선정국과 맞물린 탄핵발의, 만약 야당의 단합에 의해 탄핵이 달성되어도 그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요, 칼을 도로 집어 놓는다 해도 그 어떤 당은 자살과 같은 비극을 맞을 것이다.

이제 국민은 이 정치쇼도 스릴물도 더 즐길 마음이 없다. 정쟁은 적당한 선에서 서로 최선의 결론을 위해 토의의 장으로 유도해야 한다. 정치는 대결보다는 타협이 더 합리성을 얻는다. 양당 정치에서 타협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집안싸움으로 인하여 얻는 것은 자멸뿐일 것이다. 국민은 정쟁을 멈추고 경제적 안정을 원한다. 싸울 여력이 남았으면 설화를 입은 재해민을 위하여 봉사라도 하기 바란다.

/문병란 (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