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삶의 조각 잇는다
한땀 한땀... 삶의 조각 잇는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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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 이해 못했던 조각가의 아내/ 작업의 소중함과 희열.새로운 생기/ 퀼트에 빠져보니 알것 같아// 색색이 조각천 모여 작품되는 매력/ 남편 50세 되는 날 부부작품전 열기로// 6년전 중매로 만난 남편은 조각가였다. 미술이라고는 학교 다닐 때 배운게 전부이던 사람이 조각가의 아내로서 살아야 할 길은 참 막막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작업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고,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라면 며칠 밤을 꼬박새우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한 부분. 무엇보다 깨끗한 옷을 사줘도 작업복처럼 망가져 들어올 때면 너무나 속상했다고. 그러던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우연히 접하게 된 퀼트. 그것은 그녀에게 '주부가 되어서도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구나' 하는 의지와 함께 남편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됐다. 서른세살의 김민아 씨는 지난 99년 또다른 '김민아'의 모습을 찾았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교수의 모친이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퀼트와 비슷한 칼라믹스를 하면서 흐뭇해 하는 모습이 김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회에서는 학습지 영어 선생님으로 세상을 살아왔던 그녀가 예술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때까지는 남편의 작품을 봐도 결과만 보고 이쁘다, 이해할 수 없다는 정도의 평을 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그 모친의 모습에서 과정을 보게 된 것이죠"라고 말하는 김씨는 이후 퀼트 강좌를 수강하면서 자신이 직접 그 과정을 체험했다. 주위에 널려져 있는 천 조각을 모아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고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솜을 대고 누벼 작품을 만드는 퀼트. "제각기인 천과 색깔을 한데모아 내가 직접 하나의 작품,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퀼트의 매력이다"고 생각하는 김씨는 퀼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남편처럼 밤을 지새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면서 남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김씨는 지금 전남대 후문에서 '퀼트 이야기'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준 퀼트를 단순한 취미생활로 끝내기 아깝다는 욕심이 생긴 것. 이곳에 들어서면 퀼트 세상이다. 모든 작품들을 김씨가 직접 한땀 한땀 정성들여 바느질 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같이 퀼트를 수강했던 주부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공동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고.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지만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료 수강도 진행하고 있다. 아니 퀼트에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김씨는 전문가 이상이다. 김씨는 퀼트를 통한 일상에서의 변화로 세상 사는 참맛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그녀. 무기력한 주부에서 생동감 넘치는 삶을 터득한 그녀. 그러기에 10년 뒤 남편이 50세 되는 그날 열릴 부부 작품전에서 그녀의 작품들은 어떤 빛을 발휘하고 있을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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