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맹이 빠지고 숫자로 재단되는 축제 사라져야
[기고]알맹이 빠지고 숫자로 재단되는 축제 사라져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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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광주전남문화연대 운영위원]
광주시 축제정책에 바란다

12월 22일 문화관광부는 800여개에 달하는 지역축제 중에서 23개의 축제를 대표축제로 선정 발표하였다. 최우수 축제와 우수축제 그리고 지역육성축제 예비축제 등으로 나눠 발표한 문광부의 평가에서 10회를 치른 광주김치축제 또한 지역육성 축제로 포함되어 있다. 시민으로서 영예스러운 일이기에 광주시와 주무부서인 문화관광국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석연치 않았던 2003 김치축제의 모습과 4억원을 들여 세계 민속예술제를 만들어 2004년 비엔날레 기간에 국제영화제, 임방울국악제 등과 함께 치른다는 광주시의 새로운 정책들은 위험해 보인다. 이에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사실 2002년 31만에서 2003년 60만으로 대폭 증가한 김치축제관람객은 그저 추상적인 숫자의 확산이 아니라 광주만의 고유성과 문화적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김치축제를 단지 김치를 보고 만들어 보는 것에서 진일보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즉, 김치를 음식문화의 핵심 코드로 위상을 높여 가는 방법을 창출해야 한다. 김치의 사회사와 문화사를 정리하고 파급하는 장이 김치축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를 구축한 후 산업화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둘째는 축제 조직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현재의 김치축제 추진 구조를 보면 23명으로 구성된 김치축제추진위원회는 이름뿐인 존재에 불과하다. 학자와 전문가, 행정,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되었지만 이들이 하는 역할은 기획사를 선정하는 것말고는 역할이 없다.

가장 중요한 축제의 이념과 운영 컨셉의 도출이 그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 대표성을 부여받은 전문인들이 모였다면 그들의 힘으로 축제의 지향성을 도출하여야 하며 축제의 기획까지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다른 모든 축제에 적용되어야 한다. 축제 조직이 낯내기 장이 되거나 거수기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축제는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김치축제에 지역민이 낄자리는 없다. 기획사에 의존하는 탓도 있지만 지역민들을 추동화 시켜내고자 하는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축제의 장이 김치 소비의 촉매적 역할을 부여받았다면 그 소비를 어떠한 방향으로 유도해 낼 것이며, 그 힘은 누가 개입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광주에 있는 복지관이나 요양시설 등 소수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움이 축제를 통해 집적될 수 있지 않겠는가. 무대 공연도 마찬가지이다. 전문적인 연희패가 아니더라도 지역의 문화기반시설 이용자들이 문화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서 그 위치를 변화시켜낼 공간이 바로 축제의 장이 되며, 이는 지역문화 활성화의 계기이자 지역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로 격상되는 일이다.

네 번째는 장소 공간의 문제이다. 2003년 김치축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2004년은 광주비엔날레와 개최시기가 겹치는 해이다. 광주가 세계와 소통하는 가장 큰 통로중의 하나가 비엔날레이며 그 행사의 성격은 현대미술의 관람이다. 김치축제의 주요 공간이 바로 비엔날레가 열리는 중외공원이다.

특화된 메가 이벤트로서 비엔날레가 갖는 위상에 김치축제가 타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 6일 동안 김치축제 관람객 60만 명이 온다고 해서 비엔날레의 관람객도 함께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을 뿐만 아니라 비엔날레의 정체성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클러스터가 사회적인 조류라 할지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 김치축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엔날레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다섯째, 세계민속예술제의 정확한 컨셉은 무엇인지 과연 광주에서 치러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증대하고 비엔날레의 축제 부분을 강화시키기 위한다는 명분은 어울리지 않는다. 비엔날레는 전시와 축제 두 가지 축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안에서 매회 외국 공연단을 초청해 왔고 그들로부터 세계의 민속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굳이 달라질 것 없는 새로운 축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비엔날레의 축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은 그 동안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를 발신하는 역할을 수행한 인권축제, 혹은 시민들의 문화생산 및 향유에 지원하는 것이 타당 할 것이다.

인구 140만의 도시 광주는 문화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그 지향성들을 가장 현격하게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가 축제이다. 그러한 축제가 지역정체성과 문화라는 핵심적 알맹이가 빠진 채 가짓수나 관람객 수로 제단 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전고필[광주전남문화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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