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신 행정수도, 터놓고 이야기하자
[특별기고]신 행정수도, 터놓고 이야기하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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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근에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찬반의견이 부쩍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제나마 이 역사적 과업에 대한 토론의 장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의 반대이유로 제시된 주요내용을 추려 다른 시각에서 보고자 한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선거과정에서 불쑥 나온 단순한 정략에 불과한 것인가?
전문가들은 물론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나서서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벌써부터 강조하여 왔다. 그 구체적인 대안의 하나로 중앙부처 일부와 공공기관을 지역특성에 맞춰 지방에 분산배치할 것을 요구한 것도 수년전부터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정책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표면화 되었지만 그동안 요구하여 왔던 ‘중앙부처 일부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정책적 실현수단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신행정수도 건설은 ’70년대 김대중 전대통령의 후보시절에 선거공약으로 제시되었고 박정희 전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추진하였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20여 년 전부터 시도되어 온 사업이기도 하다.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한 수도권 인구 50만 명 정도의 분산으로 수도권 과밀화와 국토불균형 문제가 모두 해결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중앙부처와 같은 물적 시설물의 이전보다는 지방분권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그러나 600년 이상 중앙권력의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는 서울에 모든 중앙부처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제한적 성과만을 거둘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방분권정책과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신행정수도 건설은 필수적으로 함께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신행정수도 총건설비용으로 45.6조원이 소요되는 데, 그중 공공청사·광역교통시설 등을 위한 정부부담은 11.2조원(기존청사 매각대금 등을 제외하면 8.4조원)이고 주택·상업시설 등을 위한 민간부담이 34.4조원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부담할 비용은 10조원 내외이고 나머지는 일반 신도시 개발이나 택지개발사업에서와 같이 민간이 참여하여 주택과 상업·업무시설을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그런데 이 분야 일부 전문가조차 신행정수도 건설비 45조원을 지방에 고루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이 부담하는 34조원까지 중앙정부더러 지방에 나누어 투자하라는 주장은 현 대전이나 부산지역의 택지개발사업지구에 민간이 주택이나 상가 등을 건설하기 위하여 투자할 비용을 거두어 정부가 지방에 고루 나누어 투자하라는 요구와 같다.

도시계획과 개발 분야에 25년 이상 종사하여 온 필자의 생각으로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중앙정부가 10조원만 직접투자할 수 있다면 역사에 남는 훌륭한 행정수도가 건설될 수 있다고 믿는다. 경제가 어려운 데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총10조원 내외를 투자할 계획인데, 현재 도로건설만을 위해 정부가 한해에 투자한 비용이 16조원을 넘어선다. 경기가 어려울 때 경기부양책으로 가장 많이 쓰는 정책 중의 하나가 투자승수효과가 큰 건설분야에 정부가 직접투자하는 것이라는 점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대공황 때 미국이 쓴 뉴딜정책의 골간도 건설분야에 대한 직간접 투자였다.

세계주요국가 국토중심부에 수도없다

통일이 신행정수도 건설정책 결정에 큰 변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시기를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막연한 상황에서 통일을 신행정수도 건설에 절대적 변수로 상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 일면도 있다. 갑자기 통일될 경우 현재도 포화상태인 수도권에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밀어닥칠 혼란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기도 하고, 통일의 1단계로 1국가 2체제가 유지될 경우 북한체제의 행정중심지와 남한체제의 행정중심지가 한동안 공존할 수도 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주요국가 모두의 수도가 국토의 중심부에 있지 않다. 수도가 국토의 중심부에 있어야 하다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이 공약으로 크게 쟁점화된 가운데 치루어진 대통령선거를 거쳤고 관련 특별법안에 대한 국회동의를 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에 유래 없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동반하게 될 국민투표를 통해 신행정수도의 건설 유무를 결정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업이 졸속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되며 지나치게 정치적 목적이나 당리당략으로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일정, 지방분권화 일정, 수도권 규제완화를 포함한 동북아경제중심정책의 수행일정 등, 관련 국가정책을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에 연동하여 정책의 실효성과 정책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임으로써, 국가의 앞날을 위한 큰 청사진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기 바란다.

/황희연(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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