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영화제는 겨울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까지 영화제는 겨울 바람이 불고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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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국제영화제 심포지엄 참관기

광주국제영화제는 많은 사람들의 문화적 일용 양식 내지는 기호 식품이 되버린 영화.
이러한 영화 수용에 있어 편협성에 치우친 반복적인 문화행위를 다양성의 이름으로 재단장하기 위한 하나의 문화적 축제이자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의 장 역할을 수행하는 좋은 기회이다. 이러한 광주국제 영화제가 3번의 항해를 끝냈다. 그러나 항해는 끝났으나 선주와 선장 그리고 조타수의 역할은 기대에 미흡하였다. 영화의 좋고 나쁨은 둘째치더라도 영화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국제영화제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국제 영화제가 많이 생겨나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 그러한 장점을 우리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혜택. 문화의 중심으로서 영화. 대중·상업영화에서 벗어난 다양한 영화를 우리 지역에서 볼 수 있다는 기본적인 혜택 등. 광주국제 영화제는 관객인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래서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며 많은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영화제에 대한 많은 소문과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영화제를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말보다는 비판과 개혁의 목소리가 더 높아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 차이와 많은 개인적 이해에 따라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광주국제영화제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기본적인 출발점은 같지 않나 싶다.

이러한 영화제에 대해 조직위원회에서는 「2003광주국제영화제의 평가와 발전적 전망」이라는 주제 하에 광주학생독립운동 역사기념관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이 시작되기 전 기념관 앞에서는 문화연대와 광주영상미디어센터 그리고 영화동호인들로 이루어진 《광주국제영화제 개혁을 위한 연대회의》의 침묵시위가 이루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광주국제영화제가 3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반복적인 오류와 내부조직의 불협화음 등 영화제가 안고있는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그리고 프로그래머 등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또한 실무적인 내용에 대한 개혁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현실적 타당성이나 현실화여부는 별도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만큼 영화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못한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심포지엄은 2003 광주국제영화제의 평가와 발전적 전망이라는 주제 하에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영화제결산 및 개선 방안, 2부에서는 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이 경쟁력이다, 3부에서는 지방분권화 시대, 광주국제영화제 발전 방안 등으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1부의 내용중 사무국의 비대화와 조직위의 문제점에 대해서 질문한 답변이 있었다. 조기예산 집행의 미비와 집행위가 늦게 꾸려졌다는 이유를 들어 어려움을 이야기하였지만 집행위 중심으로 영화제를 운영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은 피해갔다. 결국 영화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2부에서는 프로그래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상시운용 시스템 구축이라는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이해가 걸린 사람들이 자신의 이권에 매달린 의견발언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3부는 문화적 민주주의 실현과 전반적인 문화의 접근 사고에 대한 광주의 의식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광주만의 강점을 살리고 특화점을 개발할 것을 발제자는 요구하였다. 물론 이것에 앞서 집행위 중심으로 영화제를 운용할 것을 이야기하면서 영화제의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과 후발주자로서의 장점을 살려 시행착오를 줄이지 못한 것을 문제점으로 제시하였다.

끝으로 영화제 개혁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 구성과 영화제의 성격에 있어 산업적인 접근과 문화적인 접근에 대한 신중한 선택을 충고하였다. 그러나 늦게 참여한 조직위원장의 발언은 산업중심적인 사고를 보여줘 이러한 논의를 거꾸로 뒤집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제는 갈수록 커지는 규모에만 집착하고 내실을 다지지 못하는 이벤트중심적인 사고로 도청 앞에서 많은 돈을 쏟아부은 행사를 치루었다. 이러한 행사비용이었으면 좋은 시설에서 관객이 영화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였을 것이다. 또한 영화가 갖는 문화적 감수성의 파급력을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경제중심적인 산업일변도 마인드로 단기적인 산업유치의 성과주의에 빠져있다. 이러한 예로 조직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타 영화제와 비교하여 산업적인 성격을 지향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참여와 문화적 감수성의 제고없이는 이러한 발언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타 영화제의 현재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 광주국제영화제만의 독특한 성격 개발과 내실중심의 운영을 펼쳐야 할 것이다. 문화중심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결국 영화제라는 범선은 무대포적인 선주와 무경험인 선장, 독단적인 조타수의 의견 불일치와 가고자하는 좌표를 올바로 제시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규모만 큰 돛단배였다.

이제 영화제는 영화인을 중심으로 개혁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있는 개혁위를 구성하고 조직의 체계를 재정비하여여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여 영화제는 영화인이 중심이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관객을 우선시하는 영화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침묵 시위와 진지한 토론으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가을 바람이 싱그러운 날씨 오후 4시에 시작되어 쌀쌀한 바람이 가을이 아닌 겨울을 느끼게하는 저녁 8시 반을 넘어서 끝났다. 아직까지는 영화제에 봄바람이 불고 있지 않다. 겨울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제에 봄바람과 더불어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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