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손수 만드는 운주축제 맛보기
지역민이 손수 만드는 운주축제 맛보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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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미륵이야기

도암의 뜨락에서 벼가 자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 작업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천불이 모자란 운주사, 아니 전설에 의하면 있었던 천불이 지금은 자리를 비운 운주사에서.
사실 천불이 어디에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운주축제의 이곳 저곳에서 보여진다(소망기 달기, 디카콘테스트 내가만난 부처들, 운주사 초막복원, 운주사 옛모습 사진전 등)

이제 막(25일 오전 10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21세기의 미륵이야기 라는 설치작품전 또한 그런 잊어버린 천불을 찾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자, 그것을 통해 운주사의 원형을 회복하고 다시 21세기에 바라는 운주사의 상(像)을 제시해 보는 작업이다.
이러한 일련의 공동작업에 참여하는 작가는 도암에서 운주사와 더불어 자라왔던 벼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공공미술 작가인 박찬국, 화가 김수옥, 조각가 조광석이다.

여름내 폭우와 시름하다 부족한 햇볕 속에서도 잊지 않고 누렇게 익어가던 벼가 콤바인에 의해 쓰러지는 날, 그 날을 기다려 단으로 묶여진 볏집을 한묶음씩 끌어 모아 운주사로 옮겨 놓았다.
3단지의 논에서 끌어온 3백단의 볏집이 이제 작업의 소재로 등장한다. 박찬국 작가는 이러한 볏집이 오늘날 쉽게 다루지 못하는 운주사적인 특질을 가진 퇴적암으로 간주한다.

그러한 돌 조각에서 저마다의 염원으로 코를 베어가고 귀를 떼어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연한 사적으로 그리고 신화적 요소로 치장한 다탑봉 운주사의 불상이나 석탑은 그 누구도 쉽게 만지지 못하는 성물(聖物)이라는 사실 때문에 친근함이 점점 엄숙함으로 다가오는 요즘, 그 대체물이 생긴 것이다.
작가는 이런 볏집으로 형태를 만들게 된다. 물론 그이 혼자의 힘이 아니다. 바로 피땀 일구며 농사를 지었던 이곳 도암면민과 함께 하는 공동의 작업이다.

도암의 살아있는 부처님들이 운주사 앞 마당에 모여 함께 불탑과 별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300단의 볏집이 하나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작업의 끝은 아니다.
지금 김수옥 작가와 조광석 작가가 작업실에서 만드는 연등이나 풍경이 함께 걸릴 때 그 작업은 절반 정도 끝나는 것이고 그리고 나머지는 그 볏단과 풍경과 연등을 가지고 흥겹고 오늘의 부처님을 만날 내일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있을 때 비로소 공동작업이 완결되는 것이다.

● 초막 복원 행사 시작

반듯한 절이 없었을 시대, 운주사 사람들과 운주사를 찾는 불자들은 어디에 불공을 드렸을까? 그 옛적의 모습을 찾아간다.
절을 지을 때 공사를 총 지휘하던 곳이라던 공사바위 아래에는 마애불이 있다. 그 마애불이 자리잡은 공간은 협소하기 그지없어 예불을 드리기에는 마땅치 않다.
하지만 좀더 아래쪽으로 내려와 오가리(항아리)탑이라 부르는 곳에 가보면 그 옛적의 흔적과 만날 수 있다.

비스듬히 비를 피할 수 있게 형성된 바위 아래에는 두기의 불상이 서 있다. 그리고 바위벽에는 나무를 고정시킬 수 있는 네 개의 구멍이 파여 있다.
여기가 바로 그 옛적 운주사의 절집이 없었을 때 예불을 드리던 공간이었던 것이다.
지역민에게 구전으로 전해오던 초막의 실체는 바로 이곳인 것이다.

이 공간에 옛 사람들의 믿음의 근본 공간을 재구성하는 일련의 준비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운주사 아래 마을 사람들은 콤바인으로 베어버린 볏단은 목이 짧아 사용하기 어렵다고 낫을 들고 벼를 직접 베어 비교적 긴 볏단을 이용하여 이엉을 만든다.

족히 열다섯개의 이엉정도는 만들어야 부처님이 비바람으로부터 편안해 질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을 할 것이고, 이어 마을의 목수는 준비한 목재를 이용하여 들보와 서까래를 만들 것이다.
그곳에 다시 이엉을 올려 소박하면서도 경건한 옛적 믿음의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 바로 이번 초막복원이다. 공사의 감독은 지역민인 오영표씨와 화순문화재 전문위원인 문안식박사가 목수는 김정일씨가 함께 한다.
성스러운 미륵의 공간 운주사의 초막이 복원되는 행사는 운주축제의 일환으로 그 동안 공연중심의 보여주기식의 축제에서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운주사와 지역민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잃어버린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서로의 몸부림으로 꾸며지는 것이다.

한편 운주축제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운주사 일원에서 지역민들의 소박한 준비속에 32개의 다채로운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지역민이 만드는 운주축제를 미리 맛 볼 사람은 홈페이지(www.unju.com)를 통해 신청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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