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앞세운 CBS 권사장
깡패 앞세운 CBS 권사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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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의 작은 승리 긴박했던 50분/ 10일 '권호경 사장 및 용역깡패 축출 결의대회' 연후/ 사장실에 있던 용역깡패 몰아내// '정직한 세상을 가꾸는 방송 CBS'라고 쓰인 현판 옆으로 '목사가 깡패동원-CBS정신은 죽었다'고 적힌 대자보가 나붙어 있고 로비에는 '깡패는 출근 사장은 결근' '목사가 깡패동원 웬말인가' 등등의 구호가 빼곡이 붙어있다. 노조원들은 하나 둘 천막 농성장에서 일어나 사옥 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언론노조는 10일 낮 12시 21개 신문 방송사 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 한국통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CBS 조합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권호경 사장 및 용역깡패 축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은 권사장이 신성한 CBS 사옥에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사건이 빚어진지 5일째, 민경중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한지 9일째, CBS노조가 파업에 들어간지 188일째 되는 날이었다. 언론노조와 CBS지부는 이번 깡패사건을 '언론사상 전무후무한 폭거'로 규정하고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최문순 위원장은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으로 출발해 저 군사독재의 암흑시절 민주화의 복음을 전파하며 사회정의의 기치를 세웠던 신성한 언론사가 깡패의 발길에 짓밟히는 모욕과 수치,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우리 힘으로 저들을 몰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마친 뒤 2백여명은 깡패들이 진을 치고 있는 5층으로 몰려 올라갔다. 그러나 5층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노조원들은 4층 테라스에 사다리를 대고 5층으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오후 1시10분께 참석자 2백여명은 5층 복도에서 11명의 깡패와 맞닥뜨렸다. 함성과 욕설이 뒤섞이고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단식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위원장 대신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준옥 사무국장의 확성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앉자, 앉자, 앉자 … 흥분을 가라앉히고 모두 앉아주십시오" 조합원들은 모두 앉고 검은 양복을 입은 겁먹은 표정의 건장한 청년들을 나란히 사장실 문 앞에 세웠다. "우리의 목적은 이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기독교 정신을 생각합시다. 이 정권 저 정권에 아부하여 사리사욕을 챙기면서 CBS의 정신을 짓밟은 권호경 사장의 퇴출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사무국장은 웅변을 토했다. 사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는 그들을 퇴장시키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모두 일어서 그들이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었고, 누군가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으며 함성과 박수가 뒤따랐다. 11명의 용역깡패는 권호경 사장이 결근한 사장실을 뒤로한 채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빠져나갔다. 긴박했던 50분, CBS 조합원들은 침착했고, 언론의 사명과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작은 승리를 일궈냈다. <용역깡패 동원 관련기사는 미디어를 쏴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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