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외식업체의 입성을 바라보며
초우량 외식업체의 입성을 바라보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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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광주에는 식당 두 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그 많은 식당 중에 한두 개쯤 더 늘어난 걸로는 관심을 둘만한 일도 아닐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식당 두 개는 조금 특별한 것이다. 소위 우리 나라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메이저 레스토랑인 것이다. 그 동안 광주전남지역은 외식업계의 철옹성으로 알려졌었다. 외부의 식당기업이 절대 넘볼 수 없는 불가침의 성역으로 군림해 온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맛의 벽을 넘을 수 없다. 전국에서 가장 미각이 발달하고 산해를 넘나드는 가장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고르게 발달한 지역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어 낼만한 메뉴의 개발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미 지역 내 식당들이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을만한 충분한 메뉴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정에서조차도 풍부한 식생활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이 되어 있다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이다.

둘째, 수지가 맞지 않는다.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고 소비성향이 높지 않아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만큼의 매출을 낼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사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이 지역은 체면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체면을 손상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필요이상의 과시성 소비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광주는 물론이고 전남의 어느 지역에 가보아도 소형차보다는 중형차가 대문 앞에 정차해 있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지역의 경제수준을 고려한다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장면인 것이다. 심지어 아직 학생신분인 자녀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빛을 내어서까지 차를 사주는 일을 필자도 여러 차례 본적이 있다. 부모들은 뼈빠지게 농사를 짖고 여전히 먼길을 걸어서 다니며, 시장에서 몇백원 때문에 실갱이를 끝에 얼굴마저 붉히면서도 자녀들에게는 거침없이 수천만원짜리 차를 마련해 주는 것을 자식사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게다가 타 지역과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명품바람 또한 '체면치레'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즉 이 지역은 소득수준은 높지 않지만 반대로 소비성향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지역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외부 기업들은 지역의 이러한 시장특성을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광주전남은 외식업계의 철옹성…외부 절대 넘볼 수 없어
맛의 벽·수지 안맞다·지역정서 까다롭다·인력 부족


셋째, 지역민의 정서가 까다롭다. 기업화된 식당에서는 소비자의 심리적 특성에 기반한 욕구를 대단히 중시한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소로서 식당을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문화적 식생활 공간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에 대한 욕구뿐만 아니라 정서적 충족감까지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특한 분위기와 서비스 방식을 통해서 식욕과 함께 더 많은 부분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지역사회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여하는 등 다양한 기법들이 동원된다. 그런데 외부기업들이 정서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칠고 변화무쌍한 정서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진입을 상당히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넷째, 인력확보가 어렵다. 어떤 지역에 외부기업이 들어가서 기업활동을 할 때는 지역사정을 잘 아는 지역출신자들을 채용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기업의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용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식당에서 근무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하였던 체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지역 관광학과 졸업생들은 관광학과를 졸업한 다른 지역의 학생들과 달리 외식업체에 근무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설령 외식업체 근무를 택하더라도 서울과 같은 타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수용한다. 요즘 외식업체의 규모는 어떤 기업도 따라가기 어려우리 만치 거대한 것이다. 경영방식도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계에서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최첨단 기법에 의존하고 있고 독자적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타 지역에서는 앞다투어 외식업체에 근무하는 기회를 얻고자 한다.

그리고 지역출신의 인적자원들이 직업의 기회를 수도권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풍조가 일반화 되어 있는 것도 인력수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이유들이 그 동안에는 우리지역에 식당이 진입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외부기업들이 앞다투어 식당을 개업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원인을 긍적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최소한 소비성향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거나, 맛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거나, 지역민의 정서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처 방안이 수립되었거나, 시장규모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은 앞다투어 외부기업 개업한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 많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내 식당들이 경제적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거나, 주민들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여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였거나, 서비스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건 이러한 대규모의 외식업체가 우리지역에 진입함으로서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으리라고 판단된다. 첫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식당운영의 노하우를 전수 받게 될 것이며, 둘째, 고용창출이 일어날 것이고, 셋째, 외국관광객을 수용하는데 필요한 식사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기업들답게 훌륭한 경영활동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톡톡히 기여해주길 바라며, 이를 기회로 우리지역의 외식업계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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