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의 또 다른 감동, 휴먼 웨어
관광지의 또 다른 감동, 휴먼 웨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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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의 계절이 다가 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강으로 여름휴가를 가족과 친구와 같이 떠날 것이다. 금년 상반기는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해외여행 보다는 국내여행이 더 활성화되었다는 최근 관광통계를 보더라도 이제 국내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무렵이다. 여름철 피서지하면 으레히 바가지 상혼과 피서지 혼잡이 떠오르게 된다. “우리는 다도해로 간다”라는 최근 전남도 관광안내책자를 보면서 광주?전남이 금년에는 많은 휴가객들이 몰려 남도관광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휴가철을 대비하여 관광책자도 발행하고, 해수욕장도 정비되고, 피서객을 맞을 준비가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에 더하여 남도관광이 한차원 높은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관광지의 서비스 개선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관광객들은 관광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서비스를 곧잘 염두에 두고 있으며, 서비스에 따라 관광의 질이 엄청나게 달라 질 수 있다.

거금을 택시에 두고 내린 승객을 찾아 돈을 되돌려준 운전기사의 이야기, 민박주인의 친절한 손님맞이 이야기가 미담으로 신문지면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관광지에 있어 서비스정신이 얼마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관광은 관광지의 훌륭한 역사나 훌륭한 시설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연출하는 친절, 청결, 솔직함, 관광안내 등으로 대변되는 휴먼웨어를 빼놓을 수 없다. 휴먼웨어는 이제 관광지의 주요구성인자인 볼거리, 즐길거리 못지 않게 중요한 인자임을 깊게 인식해야만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학생들과 같이 수원 화성과 충남 공주를 방문했을 때 가장 소중하게 기억으로 남는 것은 그곳에서 자원봉사활동으로 관광지의 매력을 전달해 주시는 지역 문화유산해설사들의 열정어린 모습이었다. 수원 화성에서는 농촌경제분야 연구소에서 30년간 근무하시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관광해설 자원봉사를 하신다는 해설사는 60대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수원 화성의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설명해 주셨다.

공주 문화유산해설사는 현재 동물병원 원장으로 주말에 나와 무녕왕릉과 공산성의 현장에서 백제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 주셨다. “왜 인절미라는 명칭이 붙은지에 대해 설명을 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끄덕 새롭게 문화유산과 역사를 접하게 되고....”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친절과 정성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대였음을 절로 느끼게 했다.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환대정신 즉 휴먼웨어는 관광명소를 꿈꾸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이다.

일본 오크아이즈에 ‘전설의 고개’라는 이름의 펜션이 있다. 그 펜션에 묵은 손님들은 저녘상을 물리고 난 뒤 주인집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푹 빠지곤 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가 그곳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관광상품인 것이다. 그할머니는 결코 이 분야의 교육을 받거나 경험을 가진 프로가 아니다. 다만, 그곳에서 태어나 긴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곳 사정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말솜씨가 서툴러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할머니의 구김살 없는 이야기와 구수한 입담에 손님들은 만족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안내원을 통해서 관광지의 내력을 듣는다. 특정 토산품 판매점이나 특정 식당 찾기에 연연해하는 우리네 관광풍토 속에서 관광지의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서 전달하는 안내원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수박 겉 핥기 식의 짧은 지식으로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이야기나, 관광객들을 분위기 살린다는 생각으로 내뱉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언어습관은 오히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왜곡되게 할 수 있으며 관광지의 이미지를 흐려 놓을 뿐이다.

지역마다 나름대로 잘 이해하고 무엇보다도 지역의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관광해설을 맡도록 한다면 광주?전남관광은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광주?전남지역에는 문화유산해설사, 문화관광해설가 등의 지역을 안내하는 관광해설 자원봉사자가 다수 양성이 되었고, 현재 광주 증심사에서 보성의 차밭에서 순천 낙안읍성에서 목포 유달산 등 여러 곳에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금년 여름 또 하나의 감동을 전달해 줄 관광해설 자원봉사자에게 큰 기대를 걸어 본다. 수준높은 관광안내는 관광지의 매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휴먼웨어는 그 어떤 요소보다 큰 감동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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