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삶 반성 계기…3일 굶긴 교사 매도엔 충격”-'급식사건'이 남긴 것
“길들여진 삶 반성 계기…3일 굶긴 교사 매도엔 충격”-'급식사건'이 남긴 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년 교단생활 여교사 "학교행정 단순전달 머물러 생긴 일"
"깊이 반성하고 있다"


"저도 모르게 18년 교단생활이 조직에 무의식적으로 길들어져 온 것 탓입니다. 이번 급식문제도 아이의 담임이기 보다는 학교행정의 단순전달자에 머물러서 생긴 일입니다. "

지난주 광주지역 교육계를 흔들었던 'O초교 급식사건'의 당사자로 일부언론에 '3일을 굶긴 교사'로 낙인 찍힌(?) 이모 교사는 지난 8일 "깊은 반성 중"이라며 사건이후 담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이 교사는 언론과 인터넷의 '여론재판' 때문인지 동료교사와 행정실 직원이 함께 한 인터뷰 내내 불안과 초조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이 교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 스스로 타성에 젖어 어린아이를 둔 엄마로서 교사로서 대변해주지 못한 것은 지탄을 받아야 한다"며 "언론보도 이후 중학생 막내아들이 '엄마가 무조건 밥을 먹였어야 했어요'라는 말에 다시 한번 교사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는 이 교사는 결국 전학을 간 아이에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의 편지를 쓸 계획이다.

잘못된 급식체계와 서로의 오해가 발단
일부 언론 과장보도로 본질훼손 갈등증폭


"지금이라도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만 마치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지거나 또 그날의 진실이 오도 될까봐 파장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부모와는 인터넷에 글이 게재된 그날 오후에 대화를 통해 모든 오해가 풀어졌습니다"는 이 교사는 일부 언론이 사건의 본질과 경위는 외면한 채 '3일을 굶긴 교사', '양심을 저버린 교사' 등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교사가 밝힌 급식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이달(7월)분 급식을 희망하는 아이들 중 4명이 1차 급식비 마감일인 26일까지 스쿨 뱅킹(급식비 자동이체 통장)에서 결재가 안돼 26일 해당 학부모들에게 '통장 잔고부족으로 최종마감일인 27일 2차로 인출할 예정'이라고 알림장에 적어 보냈다는 것.

또 이 교사는 6월30일에도 해당아이에게 급식비 미납 때문에 급식을 받을수 없다고 설명을 하는 등 급식비 업무를 정상적으로 해왔으나 문제의 아이의 급식비는 미납상태로 6월을 넘기고 만다. 그러나 문제의 아이는 7월분이 시작되는 1일에도 급식을 받았었을 정도로 여느때처럼 통상적인 급식절차가 진행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7월2일 오전 10시경 문제의 아이 엄마가 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7월분 급식비 미납에 따른 납부방법을 문의를 하면서 시작된다. 전화를 받은 학교 행정실 여직원은 아이엄마에게 "7월분은 이미 마감이 됐기 때문에 급식을 받을수 없다"며 아이의 이름을 확인하자 서로 심한언쟁이 오고 갔다는 것.

이 학교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일선학교의 급식비 수납체계는 매월27일을 기준으로 마감하기 때문에 만약 급식비를 마감날에 스쿨뱅킹계좌로 납부하지 못하면 현금으로도 급식비를 받아 주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해당 학생은 다음 한달동안 급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급식비 마감날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학교의 경우도 7월분 급식희망자 중에서 37명이 급식비를 미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문제의 아이엄마도 27일 이전에 분명히 스쿨 뱅킹에 입금을 했으나 이 돈이 다른 용도의 계좌로 빠져나가면서 잔고부족으로 결국 마감날에 납부를 하지 못한 경우다. 아이엄마와 행정실 여직원간의 언쟁도 '납부했다- 받지 못했다'공방으로 시작된 경우며 3일 양측이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학교측과 학부모 모두 급식비 납부체계를 이해를 하게 된다.

한편 행정실 여직원은 아이엄마와 심한 언쟁후 담임인 이 교사에게 찾아가 아이의 이름을 확인하고 급식 미대상자와 함께 아이 엄마와 언쟁과정을 전한다. 10분 후 이교사는 아이엄마와 통화에서 행정실 여직원과 언쟁을 사과하고 아이엄마도 '초보엄마라서 잘몰랐다. 오늘은 아이를 빨리 보내주느냐', '급식을 받지 않는 아이는 빨리 간다' 등의 설명과 이해가 오고갔다는 것. 이교사는 이 대화로 급식에 따른 오해가 끝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교사와 통화이후 아이엄마는 행정실 여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담임선생님에게 아이의 급식비 미납을 알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자 두 사람은 또다시 심한 언쟁을 벌이게 된다. 결국 이같은 언쟁은 이날 저녁 9시 15분경 광주시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이엄마명의로 '급식비를 내지 않았다고 아이를 굶긴 무정한 교사'라는 요지의 글이 게재되고 만다. (양측의 사과과정에서 인터넷 글 게재자는 아이엄마의 지인으로 확인 됨).

3일 오전에 이 교사는 아이의 결석과 인터넷 글 게재를 확인하고 아이 엄마와 전화 통화에서 전학 사실을 전해듣는다. 이교사는 통화에서 "어른들의 자존심 문제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학기말이나 다시생각하자"며 전학을 만류했으나, 아이엄마는 "급식실 아줌마들이 날마다 아이를 볼텐데 걱정이 된다"며 굽히지 않았다는 것.

이런 와중에 인터넷 글은 삽시간에 퍼지며 이교사에 대한 비난과 비방 인식공격 등으로 이어지자 학교측은 회의를 열어 학부모를 직접만나 사과 키로 하고 이날 오후 7시 이 교사, 행정실 직원, 교감 등이 아이 엄마, 외할머니, 아이엄마 지인 등을 만나 사과하고 서로간에 화해를 한다. 서로 헤어진 후에도 이교사와 아이 엄마는 전화대화로 다시한번 오해를 풀었으며 다음날인 7월4일 인터넷에서 글이 삭제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보도였다. '3일을 굶긴 교사' 등으로 보도가 나가자 이 교사는 물론 학부모까지도 놀랬다는 것. 전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언론의 보도가 시작됐으며 특히 한 방송국 취재팀은 교장실, 교실 및 급식실 취재에서 '막무가내식'으로 일관, 이 교사와 동료교사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교사는 "한 방송국 기자가 교장실에서 반 교실을 묻길래 '아이들 얼굴은 안나오죠'라고 확인하자, 대끔 그 기자가 '선생님은 아이들 굶겨놓고 이중적인 얼굴을 하네요'라며 경위는 묻지 않고 고압적인 발언과 함께 수업 중인 교실을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이 교사는 '3일을 굶긴 교사'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됐다는 것. 이 교사와 동료교사들은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일선학교 "급식비 체납시 교육청 감사 지적
수납체계 개선 등 문제점 보완해야"


"인터넷에 글이 게재될 초기 개인적으로는 자세한 경위와 해명의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학교의 결정이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글 삭제가 우선' 이라는 것 때문에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사건의 본질을 알려 오해를 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건의 본질보다는 인격모독과 인신 공격성 글이 난무하고 있어 글이 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교사는 초기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고 싶었으나 시기를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때문일까. 이 교사의 동료 교사인 정칠표 교사는 "교사는 급식비, 각종 돕기성 성금을 아이들을 상대로 거둬주는 교육행정의 최말단"이라며 "각종 잡무의 제도적인 개선 없이는 급식중단 사건은 계속 이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사는 또 "저소득층 자녀가 아닌 상태에서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급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과 이번 경우처럼 학부모나 학교측의 실수,오류 때문에 일시적으로 급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예비비 성격의 '기금' 등을 자발적으로 모으는 일종의 기부운동 등을 전교조와 함께 고민 해보겠다"고 전했다.

이 학교 행정실 한 직원도 "급식비 체납이 발생하면 교육청 감사에서 지적을 당하기 때문에 급식비 납부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제도적인 개선이 안되면 매달 급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구조적인 보완을 주장했다.

지난주 언론의 왜곡과장보도 때문에 생긴 이른바 'o초교급식사건'은 한 여교사와 8살 아이,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기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승과 제자로서 따뜻한 포옹을 재촉하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