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제조건-대학>위기의 칼날위에 선 상아탑
<혁신 전제조건-대학>위기의 칼날위에 선 상아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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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전제조건-대학

위기다. 하긴 위기 아닌 것이 없다. 특히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 124개였던 4년제 대학이 2000년에는 194개로 늘었다. 지난해 대학입시에서는 전국 199개 4년제 대학과 156개 전문대학에서 신입생을 8만5천명이나 충원하지 못했다.

그러니 사방에서 아우성이다. 필시 돈 달라는 소리다. 지방대학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오죽했으면 일부 지방대의 경우 입학정원의 30%도 채우지 못했을까. 금방이라도 ‘곡소리’가 담장을 넘을 만도 하다. 지난 20년 동안 수적으로나 덩치면에서 공룡처럼 비대하게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던 대학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든 것이다. 대학은 이제 본격적인 ‘살빼기’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꼴깍 숨을 넘겨야 할 지경이다.

사태가 이러할 진데 정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역발전과 지역혁신의 주체로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단다. 기초체력의 여력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빅 대학’은 신바람이 났다.

하지만 ‘빅 대학’이라고 해서 정부가 요구하는 ‘선택과 집중’의 촘촘한 그물을 무사히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분히 기대 섞인 낙관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기초체력이 바닥난 군소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에게 지방대학 육성이나 지역혁신체계 구축은 ‘그림의 떡’일뿐이다. 2003년 위기의 지방대학이 처한 우울한 자화상이다.

대학 수·규모 양적 비대…‘살빼기’ 등 자구노력 필요
지역혁신체계, 지방대학 육성통한 자립형 지방화 추진


올해 지방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비율은 전북 29%, 전남 27.4%, 경북 26.6% 제주 24.6%, 강원 21.9% 광주 21.7%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1학기 편입생 모집에서도 지방대 재학생이 대거 수도권으로 몰리는 바람에 지방대 미충원 비율은 28.5%나 됐다. 대학의 재정운영 규모에서도 하위 30위권 대학 중 무려 26개 대학이 지방대학이었다. 이쯤 되면 지방대학의 위기는 결코 엄살수준이 아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해 지방대학을 지역발전과 산업발전, 지방문화 발전의 중심축으로 활용하는 ‘지방대학 육성을 통한 지방화 전략’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방대학 육성→지역혁신 활성화→지역산업 발전→지방·수도권 격차 완화→인재의 지방정착→지방대학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자립형 지방화’의 토대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자립형 지방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방대학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일대 수술이 불가피하다. 물론 그 과정에는 막대한 재정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이와 관련 2002년 국가 R&D예산 4조5천569억원 중 지방대학에 지원된 예산은 10.5%로 4천773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KAIST 예산을 제외하면 ‘쥐꼬리’만도 못해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대구에서 국가 전체 R&D예산의 지방지원 비율을 현재 20%에서 2007년까지 40% 수준으로 확대하고 신규 R&D투자를 지방대학 육성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 시도별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지역혁신협의회’가 중앙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 지원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산학협력’과 ‘산학연’의 연계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선대학교 최진규 기획실장은 “광주·전남지역에 산업체가 너무 열악하다”며 “산업입지가 가능하도록 사회간접자본이 선투자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소외지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없다면 이 지역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특화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학협력과 산학연의 연계를 통해 지역특화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원이라는 ‘당근’과 대학의 변화와 자구노력이라는 ‘채찍’사이에서 지방대학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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