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만 그럴 듯 '속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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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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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 특성화 논의 '무엇이 빠졌나'

일부에선 전남대 농생대(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들의 농성을 지켜보며 '학과 이기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절차의 문제를 운운하지만 결국 '밥그릇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전남대가 BT 특성화 방안을 논의했던 과정을 살펴보면 농생대 '생명공학' 전공 폐지는 '졸속 행정'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전남대가 지방 거점 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BT 특성화'를 운운한 것은 지난 97년도부터다. 당시 전남대가 수억원을 투자해 LG 경영진단팀에 '대학 발전 방안 수립' 용역을 맡긴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BT 특성화는 이미 전국 대학들이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BT 분야는 다양하고 세분화된 것이라 800여명의 교수 중 300여명이 BT 분야를 연구한다고 볼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전방향 잡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97년 이후 뚜렷한 논의는 일지 않았다. 그러다가 'BT 특성화'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5월 전남대가 교육인적자원부에 BT를 중심으로 '전남대학교 자체발전계획서'를 제출하면서부터다. 전남대는 BT 육성을 위해 자연대 생명과학부를 본부 직할학부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이 과정에서 자연대 교수들의 찬반 논쟁이 불붙어 다른 단과대학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전남대 BT 특성화 위해 학부, 대학원, 연구소 통합
"사람 숫자 논의만 오갔을 뿐 중심 내용은 없었다"


전남대 본부는 지난 5월 3개 단과대학에서 BT 관련한 학과를 통합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자연대 생명과학부(교수 15명, 학생 75명), 공대 응용화학공학부 내 생물공학전공(교수 5명, 학생 50명), 농대 응용생물공학부 내 생명공학전공(교수 5명, 학생 35명)을 합치기로 한 것.

이 계획안은 자연대 교수들이 크게 반대하면서 평의원회 심의에서도 부결됐다. 이에 정석종 총장은 평의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하며 자연대 학생정원 75명 중 40명을 그대로 남겨 생물학과를 유지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공대 또한 학생 50명 중 10명을 건축학부 정원에 포함하겠다는 '묘안'을 내놓아 공대 교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도 했다.

그러나 농대의 '생명공학'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교육인적자원부에 BT 특성화 계획서 제출 시한이 14일로 다가오자 본부는 12일 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자연대와 공대는 수정안을, 농대는 기존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바로 전남대가 BT 특성화를 추진하게 된 과정이다.

본부, "계획 제출 시한 촉박…이후 심도있는 연구"

참여 정부, 지역 분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전남대는 중핵 대학으로서의 자리매김을 꿈꾸고 있으나 지역을 살리겠다는 BT 특성화 논의는 몇 개 학과를 줄이고 늘리는 것 외엔 어떤 것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본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교수들이 앞으로 연구 방향을 설정할 것이며, 겸임교수들도 뽑을 예정이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 자신 연구 분야 중심으로 특성화를 주장할 것이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몇몇 교수들이 모여 연구 지원비를 받기 위한 것 아니냐"며 "BT 특성화가 아닌 BT 특혜화 방안이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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