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학교도 계약직은 '서럽다'
직업학교도 계약직은 '서럽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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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에서 산수오거리 방향 왼쪽 첫 사거리 호남직업전문학교(이사장 김윤세) 건물 앞은 매일 아침 복직을 호소하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린다.
교실대신 거리로 나선 두 사람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실업자 재취업교육을 맡아온 호남직업 전문학교 교사들이다. 이곳에서 9개월째 영어를 담당한 홍진표(36) 교사와 4년3개월 째 광통신 과목을 담당해온 이재형(30) 교사는 지난 5월20일, 5월31일자로 학교측으로부터 '재계약 해지'라는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고 하루아침에 거리 내몰렸다.

수많은 실업자와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취업교육을 해오며 새벽 1시 퇴근이 잦았던 이들에게 재계약 해고는 비정규직 이라는 하루살이 신분에 분노를 삼켜야 했다. 학교측이 이들에게 재계약 해고라는 카드를 내민 진짜이유로 두 교사는 "올해 3월경에 결성된 11명의 일반노조 가입 활동" 때문이다.

호남직업전문학교는 1992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돼 정부위탁훈련, 실업자 재취직 훈련 국비 교육기관으로 지정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는 국비로 운영되는 직업훈련 기관임에도 최근 들어 비정규 계약직 교사들이 늘고 있다. 정보통신과의 경우 11명의 교사 중 5명이 계약직일 만큼 계약직이라는 굴레에 신분불안을 항상 안고 있다고 한다.

노조활동 이유로 교사 2명 계약해지

이에비해 노동조건은 교사가 교육 계획서를 6개월 단위로 작성하고 학생모집 전단지 배포, 교사 1명이 2∼3명 학생 강제 할당, 밤 12시까지 초과시간 근무, 월차휴가 제도 실종, 각종 잡무 등으로 교사로서 본래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교사들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등록된 학교는 돈벌이를 위해 교육은 뒷전이고 언제나 수익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수강생이 부족하면 승인을 이유로 연기나 폐강까지도 서슴없이 자행하며 불합리한 학교 운영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두 교사는 광주지방노동청에 회사측을 초과시간 근무와 월차휴가 미지급으로 고소 지난 5일 시간외수당과 월차수당을 지급하라는 '행정지도 결정'을 얻어냈다. 그러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회부된 회사측과 노조측의 조정신청은 '견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지난 2일 결렬됐다.

두 교사는 매일 아침 민주노총 일반노조 간부들과 출근투쟁을 벌이며 △노조활동 보장 △고용안정 보장 △임금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홍 교사는 "단순히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쫓아 낸 것은 노동조합 활동이 일반화된 시대 추세에도 맞지 않는 전 근대적인 행위"라며 "새벽까지 열심히 일하면 학교측이 다음 계약에서 배려 할 줄 알았는데 비애감이 든다"고 말했다.

학교 앞에서 복직투쟁 3주째 전개

이에대해 김윤세 호남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은 "홍씨의 경우 영어 수강생 18명에 교사는 3명이나 돼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 재계약을 해지 했으며, 이씨는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자신이 원해서 계약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요구를 수용하기가 어렵다"며 "이 문제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민주노총 일반노조 간부들과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선 정규학교, 직업훈련기관, 대학, 대기업체, 은행 등을 막론하고 당장 우리사회 앞에 닥친 현실문제다. 두 교사의 투쟁에 수많은 비 정규직 교사와 노동자,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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