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실습생,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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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삼성전자 진공청소기와 대형 냉장고는 광주지역 일부 실업고 실습생들이 1시간에 2천400원을 받으며 만들어 낸 제품이다", "지금 실업교육은 마치 제국시대의 식민지(우민화 정책) 사육(노예) 이 여겨진다." 실업고 3학년 현장실습교육의 이면을 드러내주는 말들이다.

최근 들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청소년 단체들이 실업고 현장실습생 처우개선과 제도개선운동을 벌이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장실습생들은 한편으로는 학생신분으로(일부는 미성년자) 기업측에 '순응을',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로서 노동조건에 '계약을' 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활동의 대가는 기껏해야 시급 최저임금인 2천150원. 실습현장 업종도 3D업종과 단순조립 제조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측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저임금 노동자로 메꾸면서 생산력은 그대로 보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실습생들을 학생신분으로 관리하면서 일찌감치 노동조합으로의 연결을 구조적으로 끊어 놓을 수도 있다.

또 실업고 현장실습생 제도는 대부분 실업고 교육을 파행으로 몰며 학과 수업, 출석, 시험 성적, 교사들의 근무 수칙 등을 변칙 또는 불법적으로 처리토록 하고 있다.

광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공고계열 6개 실업고교에는 올해 현재 8천1백여명이 재학을 하고 있다. 실업고교생들은 현장실습 2단위를 의무적으로 이수하기 위해 최하 34시간에서 최고 6개월까지 기업체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대학 진학반 학생들도 12월 수능고사를 치른 후에 꼭 현장실습의무 시간을 채워야 졸업을 할수 있다.

올해 들어 광주지역 실업고 3년 실습생들은 지난 4월초부터 광주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일부 기업에 실습생들이 파견돼 있다. 그러나 광주시 교육청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실습생 현황에 대한 어떠한 기초자료도 확보하지 못해 '사각지대'를 실감케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이 '기업들이 단순 기능인력확보와 저임금 노동자 채용방안으로 개최하고 있는 광주전남기술박람회'를 교육행정당국이 앞장서서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실습생 미파악에 대해 광주시 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실습은 각 일선 학교장 책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습생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1년에 한차례 정도 점검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실습 기획서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실습교육을 두고 "'교육부→교육청→일선 실업고교'간에 오고간 공문들도 구체적인 정책개선과 보완이 아닌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광주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4월초부터 약 130여명이 현장실습 중이다. 광주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신학교별로 이들을 살펴보면 광주전자공고 38명, 광주공고 35명 나머지는 전남지역 학생들"이라며 "이들 중 70%는 진공청소기, 20%는 냉장고, 10%는 냉장고 컴프레셔 조립 라인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고생 현장실습 명분, 생산노동활동 '투입'
광주삼성전자 13시간 노동에 임금은 80여만원
광주시 교육청 실습생 현황자료 없어 '행정구멍'


이들의 하루노동시간은 평균13시간이다. 임금은 1시간에 2천400원선(시급 법정 최저임금 1150원선)으로 잔업까지 포함 월평균 80여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 교육청은 이곳에서 실습 중인 학생들에 대한 어떠한 현황과 통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광주삼성전자 진공청소기 조립 라인 컨베이어 벨트 앞에는 앳된 실습생들이 빽빽이 늘어선 채 서로의 어깨를 부딪혀가며 일반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 실습생 중 한 학생은 "2시간 노동에 10분 휴식을 반복을 매일 하고 있다"며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쉬는 시간에 갈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래도 "광주삼성전자의 노동조건은 그래도 다른 실습장에 비해 나은 편"이라는 것이 실습생들과 일부 교사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한 실업고 교사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조기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삼성전자는 최고의 실습현장으로 꼽히고 있다"며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원으로 취업을 보장해주고 다른 사업장에 비해 인건비 등이 넣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과거 일부 중소영세업체에서는 4대 의무보험 미가입, 임금조건, 비인격적 대우 등이 심각해 올해 들어서는 대기업 위주로 실습생을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습생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평가받는 광주삼성전자의 경우도 노동강도는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임금수준은 70%에 그치고 있어 임금 착취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광주삼성전자 진공청소기 조립 라인은 이들 실습생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650만대 생산에서 올해는 800여만대 생산을 목표로 중국과 경쟁력을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생산량 확대와 대중국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바로 월 80만원(기본금+ 잔업수당+성과급)을 받으며 하루 13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실습생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실업고 현장실습교육은 '의무시간 이수'라는 제도에 갇혀 기업에는 노동력 착취를 통한 이윤을, 일부 학생들에게는 '실습생→조기취업'이라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교육은 청소년에 대한 노동력 착취, 정규교육을 일탈 한 학생들이라는 비정상적인 교육행태는 그대로 이어지면서 실업교육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실업고 학생들은 1년간의 납부금을 모두 납부하면서도 학생들로서 수업을 받지 못한 채 또다시 생산현장에서 내보내져 기업들의 이윤추구에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현실"이라는 한 교사의 진단 앞에 교육행정당국이 귀를 기울여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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