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거부 선언 "학부모도 홀가분 할거예요"
촌지거부 선언 "학부모도 홀가분 할거예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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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송정초교 정은영 교사


"저희 송정초 전교조 조합원 일동은 모든 형태의 촌지에 대해서 거부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촌지를 받아왔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28일 광주시 교육계는 '교사 촌지거부선언'이라는 신선한 뉴스를 접했다. 광주시 광산구 송정 초등학교 전교조 소속 교사 27명이 '촌지를 받지 않겠다'며 광주시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공개 발표했기 때문이다.

과거 촌지거부운동이 교사 개인들의 양심을 통해 거부돼 왔다면 이번 거부선언은 한 학교 소속 교사들이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교사촌지거부 선언'을 주도한 정은영 교사(27·전교조 광주시지부 송정초교 분회장)는 "많은 학부모들도 저희들의 의지를 아신다면 동참 할 것으로 믿으며, 촌지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했을 것"이라고 후련한 마음을 전했다.

정교사는 이번 선언에 대해 "몇몇 부도덕한 교사들 때문에 최근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촌지문제 공방이 일고 결과적으로 교사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 같아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선언을 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동료 선생님들도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손쉽게 공개적으로 선언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촌지거부에 동참한 교사들도 "학부모님들이 촌지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고 그것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과 비난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촌지 받는 사람은 몇몇 교사일 뿐이라고 외치는 것보다 명확히 촌지 거부를 선언하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간의 믿음과 신뢰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선언한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 교사는 "우리 학교는 교사들이 학부모님들에게 촌지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일부 학부모님들은 과거 자신들이 학교를 다닐 때 처럼 촌지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학부모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아파트 평수 큰 지역 잔뿌리 남아 있다"
"촌지 대신 알림장,e-메일로 대화할 수도"


정교사는 촌지관행이 남아 있는 이유를 "일부 학부모들이 '내 아이 만은 다르게'라는 과거 의식과 교사가 교실 비품부족과 시설노후를 핑계로 학부모회에 손을 내미는 경우"라며 "아파트 평형수가 큰 지역에서는 아직도 과거 잔뿌리가 남아 있다"고 촌지관행 타파의 어려움을 들었다.

올해 교직생활 4년째 단 한번도 촌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정교사는 "요즘 젊은 교사들은 대부분 촌지를 받지 않고 있다"며 "외사촌 동생이 교사 촌지문제로 어쩔 수 없이 북구에서 서구로 전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를 보면서 교사와 가족으로서 가슴이 아팠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촌지 대체방법으로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아이들의 '알림장 메모', '이-메일' 등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보였다.

그녀는 또 "시간이 없어서 동료교사들과 촌지기준과 거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곧 교사회의를 열어 과거 경험과 사례를 툭 터놓고 토론하면서 선언이 갖는 의의를 가슴깊이 새기고 실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끝으로 정교사는 "이번 송정초교 선언을 시작으로 다른 학교로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학부모님들도 '백년지대계'인 교육계의 어두운 면이 빨리 사라 질 수 있도록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부탁했다.

송정 초교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교육의 동반자로서 교사와 올바른 관계는 고정관념과 편견, 불신을 버리고, 아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사 십계명>

1. 하루에 몇 번이든 학생들과 인사하라. 한마디의 인사가 스승과 제자 사이를 탁 트이게 만든다.
2.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라. 다정한 선생으로 호감을 줄 것이다.
3. 학생들에게 이름을 부르라. 이름 부르는 소리는 누구에게나 가장 감미로운 음악이다.
4. 칭찬을 아끼지 말라. 그리고 가능한 한 비판을 삼가라.
5. 친절하고 돕는 교사가 되라. 학생들과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친절하라.
6. 학생들을 성의껏 대하라.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즐거이 말하고 행동하되 다만 신중한 것을 잊지 말라.
7. 항상 내 앞의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라. 서로 입장이 다를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세 편이 있음을 명심하라. 그것은 '나의 입장', '학생의 입장', 그리고 '올바른 입장'이다.
8.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라. 내가 노력한다면 거의 누구든지 좋아할 수 있다.
9. 봉사를 머뭇거리지 말라. 교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가치로운 것은 학생을 위해 사는 것이다.
10. 이상의 것에 깊고 넓은 실력과 멋있는 유모어와 인내, 겸손을 더하라. 그러면 교사가 후회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정초등학교 분회장 정은영 외 26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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