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서곡-여성학장 탄생의 의미
혁명의 서곡-여성학장 탄생의 의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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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7월 평범한 민중들이 빠리의 바시티유 감옥에 던진 돌이 인류사를 바꾸어 놓은 프랑스 대혁명의 예고탄이 될 줄은 당시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2월 14일 전남대 인문대 학장 선거에서 개교이래 50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 문학 전공의 여성학장이 탄생하게 된 것을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성 시대의 '혁명'의 전주곡쯤으로 예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이제 우리 나라에도 사회 여러 부문에서 여성들이 조금씩이나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 사회는 가장 폐쇄적인 남성 중심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여성 교수 비율이 10%미만일 뿐 아니라 한번 임용되면 65세 정년까지 자리변동이 드문 특수한 조직 사회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여성 교수가 발을 붙이기 힘든 풍토이다. 따라서 교육부에서마저 여성교수 비율을 확대하거나 여성 총,학장이 선출되는 대학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가장 진보적인 독일에서도 70년대 카랴얀이 베를린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린 주자로 여성을 채용했을 때는 엄청난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독일은 전차 기관사부터 파일러트까지 모든 분야에서 남녀모두 평등하게 동등한 권리와 대우가 주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에서의 여성 비율은 간신히 10%을 상회하고 있다. 대학은 그만큼 보수적이고 여성이 상대적으로 활동하기가 가장 힘든 곳이다.

특히 인문대학은 순수 이론을 다루는 곳이고 학문의 속성상 이론이 현실을 선도하기 보다 오히려 현실을 뒤쫓아 추종하고 분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더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헤겔의 유명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라는 경구가 정당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례로 보면 60 전후의 원로 남성 교수의 독무대였던 학장보직에 50대 여성학자가 등장함으로써 기존의 질서가 급격하게 해체되고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대학전체에 파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제비 한 마리가 난다고 봄이 왔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지겨운 겨울의 끝이 보이고 분명 희망의 새봄이 머지 않다는 예고임에는 틀림없다. 수 천년의 역사 속에 서 너무도 자연스러워 의식되지도 못한 채 남성중심의 문화가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있다. 앞으로 이러한 대학의 변화가 새로운 변화와 개혁시대를 열어 가는 추동의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기존의 기득권 층이 순순히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 따라서 남성 중심사고에 젖은 기존의 관념들과 새로운 양성문화라는 인식전환을 위한 피할 수 없는 투쟁이 예상된다.

혁명은 항상 시대의 물결을 인식 못한 자들의 희생을 제물로 진행되어왔다. 거대한 여성시대의 혁명에 동참하느냐, 거역하느냐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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