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 노·정 껴안고 대권 부르마
<대선 D-30> 노·정 껴안고 대권 부르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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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대선 한달전.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아성인 광주는 예상외로 차분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면 으레 IMF 경제위기와 나라걱정, 먹고사는 어려움이 화제로 오르곤 했다.

하지만 호남인들의 '밑바닥 정서'는 사뭇 달랐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대선일에 맞춰 터질 휴화산같은 긴장이 배어있는 듯했다. DJ의 생애 마지막 대선도전과 높아진 당선 가능성에 직면해 오히려 '집단적 표심표출'은 자제하되 내부적으로 '결집력'은 더욱 공고해진 분위기였다.

그리고 5년 후, 또다시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역시 광주 분위기는 차분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에는 어두운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이회창은 절대 안되는데…" 한결 같이 말끝을 흐리는 것은 내놓을만한 '다크호스'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호남민심의 진원지인 광주로부터 불기 시작한 노풍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으로 전국을 강타했지만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의 참패이후 금새 노풍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항마를 찾던 호남 주민들에게 심리적 공황을 몰고 왔다. 이회창 후보를 꺾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사라져 간다는 불안한 마음에서다. 그 때 혜성처럼 등장한 '빅카드'가 바로 정몽준 후보. 그는 월드컵 4강 신화를 바탕으로 서서히 호남민심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정몽준 후보는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라는 점에서 호남인들에게 노무현 후보보다 더 큰 점수를 따고 있다. "철썩 같이 믿었던 자식이 실망시키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게 애미 심정이지" 5년전 이 세상을 확 바꿔놓을 줄 알았던 DJ에게마저 실망한 광주시민들의 한숨소리다.

노무현과 정몽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호남인
"후보가 누구든 민주당이 이길 수만 있다면…" 열망속
새로운 기대보다 '차별정치' 두려움 더 커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후보 단일화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민주당 내부도 결집력을 잃은 지 오래다. 같은 공간 내에서 활동하는 당직자들조차 생각이 다르다. 말 그대로 '동상이몽'이다.

민주당 광주시지부 한 당직자로부터 대선에 관한 시지부 입장을 들었다. 그는 "후보 단일화 해서 민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대의를 앞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노무현 지지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사람 몇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자꾸 사적인 생각을 시지부 입장처럼 말하더군". 결국 광주시지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다시 인터뷰 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가하면 아예 민주당 경선으로 결정된 노무현 후보에게 등돌리고 정몽준 후보 선거대책위원으로 임명된 민주당 출신의 전현직 정치인이나 관계자도 적지않다. 그들 또한 "이회창에 맞서 민주당이 지지 않기 위한 행동"이라고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들에게서도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확답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희망을 걸어볼 뿐이다.

이렇듯 어떻게서라도 민주당 발목을 잡고 버텨볼 수 밖에 없는 호남민심. "어떻게 만든 정권 재창출인데, 이제 밥 지어서 먹을 차례인데, 여기서 그만 두라고 하면 우린 어떡하라고…" 시민들은 가장 우려하는 것은 5년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지역차별, 보복정치로 호남이 또다시 고립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누가 됐든 하루 빨리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똘똘 뭉친 호남민심으로 다시 한번 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길 모두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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