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와 대선의 법칙 - 승리지상주의냐 평화개혁세력 재집권이냐
후보단일화와 대선의 법칙 - 승리지상주의냐 평화개혁세력 재집권이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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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한달 전. 온 국민들의 시선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쏠려 있다. 국민여론은 '과연 될까, 안 될까' '가능, 불가능'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선 전 최고의 빅 이벤트 임이 증명된 셈이다.


급진전되는 후보단일화 논의는 식어 가는 선거판을 2주 째 후끈 달아오르게 한 괴력을 선보였다. 흥미진진한 '장군멍군식' 협상논의과정도 국민들의 지지여론을 모으며 정국구도를 흔들어 놓았다.


이처럼 후보단일화는 정책과 이념이 허약하고 지역주의가 뿌리 깊은 한국정치구조에서, 드라마틱한 승부를 예고하며 두 후보진영은 '12월 대역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대역전 타드가 폭발성을 지니며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후보단일화의 상승효과는 반 한나라당, 반 이회창 세력을 안으며 '이회창 고립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인사들과 노무현 선대위측 관계자들은 이를 '65%의 승리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35%선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 나머지 65%는 단일화 여부에 따라 대역전극이 가능하다는 것. 이른바 '노-정 유권자 덧셈론'이다.

"이회창 대항마는 65% 反昌 유권자
"단일화 이벤트로 12월 대역전 노림수"


정몽준 후보와 차별성을 강조해온 노무현 후보도 '65%의 유권자들의 반창여론'을 근거로 "유권자를 하나로 뭉치기 위한 단일화"를 들고 있다. 노 후보가 "살아온 길이 너무나 다른 사람"을 파트너로 인정하게 만든 것도 65%에 대한 지지여론이 반이회창 여론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두 후보가 지닌 정치철학, 성장 배경, 정책 지향성, 지지 세력 등을 놓고 보면 단일화는 '선거 승리주의'에 집착한 정치공학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정치개혁을 내걸었던 노 후보는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이 흐려진 채 단일화 협상장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노 후보는 단일화 협상 최근 발언에서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승리하고 싶다고 하는데, 마치 두 사람이 앞에서 헷갈리게 하는 결과가 돼버렸다"면서 "결국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자는 것이 내 고민의 결단"이라고 '유권자 통합론'을 들고 있다. 그는 "후보간의 밀약이 아닌 유권자 단일화"로 내세우며 대국민적 협상명분을 내걸고 있다.


단일화에 대한 입부의 비판을 의식해 노 후보는 "중요한 것은 노선·원칙·정책·성장배경·철학·이것이 너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단일화하려고 하느냐, 이런 고민이다. 개인적으로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안한다"며 단일화 거부입장도 내놓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비해 정 후보는 "노 후보와 빨리 만나 개인적으로 친해져야 하고, 정치 전반에 관해 할 얘기가 많기 때문에 부담과 격식 없이 여러 번 만나는 게 필요하다"며 특히 "단일화 성공은 후보로 선출되지 못한 사람은 집에 가서 쉬라는 뜻이 아니라 둘이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라며 밝히고 있다.


노 후보에 비해 정치적 명분과 근거가 분명치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가 노 후보와 `반창'을 위한 협력관계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둠으로써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일화를 놓고 지난 10월 <한겨레21>에서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황태연 동국대 교수가 벌였던 이른바 '선거승리지상주의과 평화개혁세력의 재집권 논쟁'도 단일화가 대선의 '뜨거운 감자'임을 보여줬다.


"후보단일화는 평화개혁세력들에게 난해한 선택이 아니라, 1987년의 패배를 반복할 것이냐 아니면 1997년 같은 승리를 다시 맛볼 것이냐는 단순한 선택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황태연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 총선에만 염두 '속셈'
단일화 매몰 인적청산 등 정치개혁은 소홀
정책 이념보다 지역기반 둔 한국정치의 자화상


"후보단일화 논리는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승리지상주의’다. 후단협의 논리는 정태적이며 97년 대선 경험에 함몰돼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수평적 평화적 정권교체’와 ‘한나라당 집권 저지’는 결코 같은 무게의 명분이 아니다."(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황 교수는 "1987년의 패배를 반복할 것이냐 아니면 1997년 같은 승리를 다시 맛볼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 그는 "이번 대선에서 평화개혁 세력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이는 승리지상주의가 아니라 중차대한 민족사적·세계사적 변화의 시기에 민족화합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영구평화를 정착시키고 이 평화를 바탕으로 반도강국을 건설해 통일비전을 구현할 ‘중도개혁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거듭 주장해오고 있다.


황 교수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남북평화와 개혁을 통한 민족대도약’의 대국적 관점에서 노선이 일치한다”며 "두 사람 간의 구체적 정책 차이는 ‘중도연합’개념을 가로막을 만큼 큰 것이 아니다"는 것.


이에 반해 강 교수는 "정권교체’와 ‘한나라당 집권 저지’는 결코 같은 무게의 명분이 아니다"며 “DJP 연합이라는 정치공학이 먹힐 수 있는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은 크게 다르거니와 후단협이 꿈꾸는 정치공학은 DJP연합과는 차원을 달리해 본말의 전도까지 낳은 수준의 것”이라고 후보단일화를 비판하고 있다.


강 교수는 "97년 대선의 최대 명분이 정권교체였다면 2002년 대선의 최대 명분은 ‘정치의 재탄생"이라며 "민심은 ‘부패정권 청산’을 넘어서 ‘깨끗한 정권의 탄생’을 원한다”면서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이 아니라 노무현식 파격과 그 파격에 상응하는 민주당의 환골탈태가 가장 유력한 재집권 카드”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해 문자 그대로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그걸 실천에 옮기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교수의 논쟁은 이제 대선 30여일을 앞두고 '유권자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현실로 다가와 양 후보를 압박하며 대선정국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민주당의 환골탈대와 정치개혁을 바라며 '노풍'을 일으켰던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후보단일화가 대선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방법으로 선택 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개혁을 늦출 수 있는 부작용도 분명히 안고 있다"고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기득권을 유지하고 2004년 총선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관망만 해왔던 일부 정치인들이 청산되지 않고서는 후보단일화를 통한 재집권은 현 정치구조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한다.


특히 호남권 민주당 출신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여론은 "국민경선제를 통한 정치개혁 과제는 외면한 채 반노·비노로 갈라져 분열획책과 노후보 흔들기를 해왔다는 책임론이 2004년 총선에서 인적청산이라는 심판으로 돌아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제 후보단일화는 '유일한 이회창 대항마=65% 유권자'라는 대선구도에 떠밀려 '12월 대역전카드'로 협상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어떤 답을 내느냐 따라 대선 구도는 물론 한국정치의 앞날까지 내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개혁이 '희망의 언덕'과 '절망의 나락'으로 갈라질 수 있다.


최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협상을 두고 한 "보수정치의 구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국민의 정치혐오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은 한국정치의 현실과 자화상에 대한 채찍질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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