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평등'하게 같이 웃자
추석엔 '평등'하게 같이 웃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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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어 즐기는 날'. 명절의 사전적 의미이다. 그런데 이는 틀린 말이다. 적어도 명절을 쇠는 많은 여성들에게는 그렇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고통받는 날''이라는 말이 여성의 현실에 가까운 표현이다.

명절문화를 통해 가늠해 본 우리네 생활속 남녀 평등 지수는 아직 '분발바람'이다.
1999년부터 '웃어라, 명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바뀐 명절을 찾아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가부장 중심의 명절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변화의 필요성을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은 명절가사노동으로, 음식만들기, 설겆이, 식사준비등은 여전히 '여성만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다.

명절 관습에 90%가 문제의식 느끼지만
명절가사노동 80%가 "여성만 한다"


많은 여성들이 '명절'을 '노동절'로 여기게 만드는 명절가사노동의 문제는 차별적 명절문화의 대표어이다.

"명절음식을 만드는 일이나 설겆이 등은 당연히 여자들이 한다. 결혼하기 전에도 그랬고, 결혼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는 고은씨(용봉동 36). 고씨는 어머니, 딸, 며느리들은 '여성'이라는 '범주'에 속한다는 '죄'로 명절때면 늘 '마당쇠' 역할을 도맡아 해 왔다고 지적한다.

명절날 오손도손 모여 즐거워 하는 가족의 모습 이면에, 부엌에서 갖은 뒤치닥거리에 지쳐있는 어머니나 며느리, 딸의 그림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는 명절이 '함께 즐겁지 않은' 이유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차별적 명절 풍습은 사실 명절을 쇠는 우리네 가부장적인 관습탓이 크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명절 대이동'. 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고향은 대부분 '시댁'이나 '장남'의 집이다. "결혼 6년차인데 명절때 친정을 가본적이 거의 없다. 시부모들이 먼저 친정 가라고 권한 적도 없고 그런 분위기에서 친정 간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겠더라"는 정미순씨(상무지구 34)의 사례는 대부분의 기혼여성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차별없고 소외없는 '평등 명절' 만들기
여성단체, '함께 웃는 여성' 캠페인 놀이 문화 보급 등 전개


오명희씨(상무지구 34)는 "요즘은 친정과 시댁을 번갈아 가며 명절을 보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우리집도 올 추석은 친정에서 보낼 참이다"며 그래도 예전에 비해 조금씩 변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선아 부장은 "가부장적인 명절문화 변화에 대한 욕구는 높다.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제사 금기 사항도 많이 사라지고, 친정과 시댁에서 번갈아 명절 보내기가 늘고 있는 사실은 국민들의 변화 욕구를 나타내준다"며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 '벽'을 넘기 위해 여성민우회의 서울역 앞 '함께 웃는 여성' 캠페인을 비롯한, 명절 놀이 문화 보급 등 각 사회단체의 평등명절 문화 만들기 노력이 올 추석에는 더욱 두드러질 예정이다.

"모두 즐거운 날 넌 웃을 수 없었지. 이젠 네 손을 잡아줄게 젖은 너의 손을. 모두 즐거워하는 날 그녀도 즐거워."

'그녀에게 웃음을 주자'는 이 명절 노래 가사처럼 차별 없고, 소외 없어 모두가 즐거운 '평등 명절', 이번 추석에는 그 '작은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한 번 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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