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욕심에 길 잃은 아이들
어른들 욕심에 길 잃은 아이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 학교를 등록하게 되면 돌아오는 혜택은 커녕 제재만 받을 뿐입니다"
광주화교초등학교가 시교육청에 '각종학교'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다. 또,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싶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얼마전 대구에선 입학자격이 없음에도 화교 학교를 다니던 한국 학생들이 무더기 적발,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교육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에 학교측은 '지금이라도 등록절차를 밟게 되면 이미 입학한 100여명의 한국 학생들도 이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선 '한국 학생 아니면 학교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화교인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학교측은 한국 학생들이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이같은 의견에 일부 학부모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반발은 없다. 이렇게라도 부모들의 교육열을 만족시켜 주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선 이대로 방치해 둘 문제는 아니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욕심으로 인해 졸업장이 없는 한국학생들이 무더기로 초등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등 공교육 사각지대의 문제가 악순환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능력 떨어져 고학년 일반학교로 전학길도 막혀
검정고시 아니면 외지 화교중학교나 유학 가야할 판



©김태성 기자
지난해까지 일반 중학교를 희망하는 한국 졸업생에겐 검정고시가 아닌 또다른 길이 있었다. 화교초등학교 교과과정이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진행됨에 따라 이곳에선 일반 초등학교에 비해 한 학기 먼저 졸업할 수 있다. 이에 한국학생들은 7-8월경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 졸업장을 받아 문제없이 희망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동구 ㄱ초등학교에서 테스트 결과 한국교육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학을 불허한 것. 이같은 사실이 다른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시교육청에까지 전해지면서 6학년 전학은 불가능하게 됐으며, 화교초등학교의 한국인 졸업생들은 갈 곳을 잃게됐다.

교육청은 저학년인 3학년까지는 교육환경이 바뀌더라도 쉽게 학습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기지만, 고학년은 그렇지 못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졸업생 중 일부는 중국으로 유학을 갔으며 이중 한명인 윤모양은 현재 학원을 다니며 초등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당국 현황파악조차 못한체 공교육사각지대 방치
당연히 한국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하다. "지금까지 가능하던 일이 갑자기 불가능하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의 앞길을 막는 것은 잘못됐다"고 항의했다.
이에 광주시교육청은 "지금까지 행해진 것은 관행이었지 합법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학교와 학부모들의 잘못을 꼬집었다.

그러나 시교육청도 학부모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만한 입장은 아니다. 시교육청은 그동안의 관행을 모르고 있었을 뿐더러, 화교초등학교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장영태 의원이 시정질의를 통해 화교초등학교의 현황 자료를 요구했으나 시교육청은 '전교생이 46명'이라고 보고하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자료들만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졸업생들의 중학교 입학 에 관한 사항도 '대부분의 졸업생은 대구나 인천 등의 화교중학교로 입학하고 있다'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장의원은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외국인학교'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었다"며 "이후 현장조사를 통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화교초등학교의 이같은 사례는 높아만 가는 학부모들의 욕심, '외국인학교'는 한국 교육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하는 기관 때문에 멍들어가는 것은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