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창조적 상상력을 고대하며
'예향'의 창조적 상상력을 고대하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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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마음이 뛰었다. 넘어진 남쪽 선수에게 팔을 내미는 북쪽 선수를 보거나 북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남한 관중들을 보며 한민족 같은 핏줄을 새삼 실감 할 수 있었다. 0대0으로 비긴 경기 결과 마저 마치 따뜻한 형제애를 증명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 2주정도 더 지나면 대규모의 북한 선수들이 아시아 경기대회에 참가하고자 온다니 그 감격은 더욱 클 것이다. 또한 최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복구 사업이 합의되고 금강산에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가 구체화 되고있다. 모처럼 긴 장마의 모진 비바람이 지난 후에 드러낸 맑게 개인 푸른 하늘처럼, 남북 문제가 청명하게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축구선수와 같이 내마음도 뛰고

오랜 세월 적대 관계로 서로를 증오하던 '불신의 벽'이 허물어지고 동족으로서 상호 신뢰와 이해가 구축되어 하루 빨리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랄 뿐이다. 그 동안 남북 문제는 국제 질서의 역학 속에서 끊임없이 왜곡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선 남이나 북이나 내부 갈등에서 힘이 소진되곤 하였다.

남한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정쟁으로 또한 북한에서는 강, 온 파의 대립이 함께 모아야 할 주체적 힘을 분산시켜버렸다. 분단이후 반세기의 역사를 통일 문제에서 우리 민족은 항상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말았다. 그 동안 여러 번 통일의 전환점이될 수 있었던 민족사의 호기도 있었지만, 우리는 남북의 불신과 소모적인 명분 싸움으로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일본 총리의 방북과 북한의 개방적 태도 변화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좋은 여건이 형성되어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 답방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걸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욱이 김대중정부는 임기 말의 레임덕현상과 힘없는 소수 여당의 신세로 더 이상 통일 정책에 탄력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문화교류, 지자체가 나서자

이런 현실에서 광주나 전남 같은 다수 여당이 지배하는 지방 자치 단체는 중앙 정부 보다 대북 문제에 훨씬 더 주체적인 행보를 할 수 있다. 더욱이 농업 지역인 이곳은 북한이 긴급히 필요로 하는 많은 식량과 풍부한 농작물을 보유하고 있다.

창고에 쌓아 썩어 가는 곡식들을 북한에 보내주고 북쪽의 다양한 예술, 체육, 학술 단체들을 초빙하여 문화 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다면 이는 민족 통일의 노정에 중대한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분단의 통일은 정치적인 부분보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더 깊고 단단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50년 단절되었지만 수 천년의 통일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기 때문에 문화를 바탕으로 한 민족의 정서는 무엇보다 쉽게 합치될 수 있는 토대를 갖고 있다.

새로 출범한 민선 단체장들의 창조적인 문화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예향'이란 명칭은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먼지 묻은 옛 문화재나 닦고 있을 때보다 새로운 통일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진취적인 문화 교류로 활력을 찾을 때 더욱 빛이 난다. 전통이란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느 시인이 노래하였듯이 총칼을 녹여 '쟁기와 보습'을 만들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쇠붙이는 가고'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하는 평화의 나라가 한반도에 하루 빨리 이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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