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숨구멍, 탐진댐 생활사박물관
추억의 숨구멍, 탐진댐 생활사박물관
  • 김호균
  • 승인 2002.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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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세월,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했던 '2002 장흥 수몰문화제-아 물에 잠길 내 고향'의 잔치가 끝났다. 잔치가 끝난 뒤에 유치사람들은 정말로 수몰 뒤의 나날들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대로 영영 그 많은 세월이 물 속에 수장되고 말 것이냐, 삶의 뿌리를 물 속 바닥에 대어놓고 그 깊이로부터 헤엄쳐나와 의미만이라도 부활시켜내느냐가 화두가 된 셈이다.

   
▲ 탐진댐 생활사 박물관 ⓒ김태성 기자
마을의 당산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산, 그 안에서 불었던 눈보라와 비바람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껴보고 되새길 수 있는 장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단순히 추억거리 차원 이상의 의미로 승화시킬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인가. 유치의 탐진강물처럼 한 번도 마른 적 없이 인정이 넘쳐흐르던 공동체적 유대감을 오늘의 삶 속에 뿌리내릴 수는 없는 것인가.

당산나무에 깃든 삶

무너진 고향의 삶과 파편화된 이주민의 삶 사이를 이어줄 교량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그 방법의 하나가 장흥 유치면의 삶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생활사박물관이다.

지금 물에 잠기는 유치면은 공공의 목적에 의해 돈 몇 푼 쥐어주며 강제적으로 집행한 삶의 겁탈 현장이다. 좋든 싫든 우리가 안아야 할 현대사의 일부이며 눈감고 넘어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들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활사박물관은 그 기록의 보존을 위한 효과적인 장치가 될 것이다. 이는 현재 발굴되고 있는 선사문화 유적과 똑같이 중요자료로서 취급되어야 할 지위와 가치를 가진 것으로서 자림매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 남아있는 각종 가치있는 생활사자료를 수집·보존·관리·연구하고 이를 교육적 자료적 가치로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생활사박물관에 대한 노력은 수자원공사의 용역을 맡은 목포대 문화유적 발굴팀에만 국한되어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 와중에 수몰될 유치면의 수백 년 묵은 당산나무는 그 지역 조경업자에게 팔려버렸다. 마을의 평화와 안녕, 그리고 공동체의 질서를 잡아주는 구심체 역할을 했던 가치가 고작 몇백 만원의 상업적 가치로 바뀌고 말았다.

돈에 팔려간 마을의 역사

그러나 조금만 멀리 바라봤더라면 당산나무들 역시 유치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자료로서 생활사박물관과 가까이로 옮겨 해마다 한 번씩 그 숲에서 과거의 아픔을 달래고 기념하는 축제를 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추억의 장소이자 생명이 이어지는 삶의 숨결로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내팽개쳐진 여러 생활자료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지금 물 속에 사장되어 사라지고 나면 훗날 다시 복원하려해도 복원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설령 복원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지금의 수십배, 수백배의 재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먼저 지역민이 이러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동의를 구하여 합의를 이루어내고, 주요 자료들을 효과적으로 수집 관리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전문적인 장치를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군민과 사회단체 대표를 비롯하여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장흥군생활사박물관 건립추진위'를 구상해볼 수도 있겠다.

이는 생활사박물관을 단순히 문화유적 발굴팀의 몫으로만 내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장흥군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여 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아울러 생활사박물관을 운영해나갈 전문인력 확보방안 등까지 합의해낸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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