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도로 예술
광주시의 도로 예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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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이라 그런가? 예술이라는 말 말고는 광주시 차선(車線)의 오묘함은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혹은 좀 다르게 생각해보면 '일상적 파시즘'이 아닌 '일상적 마조키즘'의 흔적을 엿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광천동 신세계 앞 사거리에서 상무 쪽으로 가는 길은 광주시에서 가장 넓은, 보기 드물게 곧게 뻗은 길이다. 그런데 초보운전 딱지를 뗀지 오래된 필자도, 그리고 몇 번 다녀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가끔 당황하는 길을 만나게 된다.

일차선은 겁나서 안전하게 이차선으로 가는데도 가다보면 갑자기 앞에 마주오는 차가 내 차선과 같은 차선에 서있는 것이다. 직진 차선이 갑자기 좌회전 차선이 된 것이거나, 직진 차선인 경우라도 우측으로 상당히 틀어야 제 차선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서 그 경우 더 우측에 있던 뒤따라오는 차하고 부딪칠까 매우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길은 넓고 곧은데 왜 차선은 이리저리 구부려서 길바닥에다가 거의 '그림'을 그려놓은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차선을 '빠삭하게' 외우고 있어야 안심하고 운전하고 다닐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길은 거의 곧은 길인데 어느 회사인지 공장인지 앞마당때문에 차도 허리가 불룩 들어갔다 나온 곳이 약 1-2백 미터 이어진다. 지하철 공사비의 십분의 일만 도로에다 투자했어도 광주시 길은 대부분 곧게 펴질 수 있었을텐데…

차선으로 보는 일상적 마조키즘

광주역 앞에서 롯데백화점(거꾸로도 마찬가지)을 갈려면 구멍이 여러개 있어 머릿속에서 그림을 잘 그리지 않으면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한번 길을 잘못 들면 좌회전이 안되는 곳이 많아 엄청난 거리를 돌아와야 한다. 좌회전이 되었다 안되었다 도대체 좌회전 가능과 불가능의 기준이 무엇인지, 엄청난 차량지체를 유발하는 롯데백화점 앞을 제외하면 필자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이 많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넓은 간선도로에서 좌회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가령 백운동 고가밑 풍암동과 시내, 외곽도로 쪽은 좌회전이 금지되어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서 직진차량의 소통은 조금 빨라질지 모르나 원칙적으로 불합리한 것이며 실제로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그러고도 좁은 사거리에선, 심지어 동네 골목만 나타나도 좌회전이 안되는 곳이 거의 없다. 아파트 입구만 있으면, 좌측으로 작은 골목길만 터져 있어도 전부 좌회전, 유턴을 준다. 그러니 광주시에서는 안심하고 일차선을 달릴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 언제 앞차가 좌회전 신호를 넣고 멈출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옆으로 빠질 준비를 하고 일차선을 타야한다.

그리고 왜 좌회전도 그렇게 비보호 좌회전을 많이 만들어 놨는지, 그저 한두대 좌회전 하느라고 멈춰선 차량때문에 옆으로 비키느라 접촉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비슷한 예로 경신여고앞 사거리 전대쪽에서 일차선은 좌회전도 아니고 유턴 차량, 그것도 한 시간에 두세대 유턴할 차량 때문에 있는, 있으나마나한 그냥 놀고있는 차선이다.

그 차선은 다른 차선이 워낙 길게 늘어서 있을 때 과감하게 끼어들 능숙한 기사들이 이용하는 차선이지 유턴 차량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광주시의 운전자는 베테랑 택시기사처럼 어느 상황에서도 요리조리 능숙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운전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불합리에 길들여진 사람들

도대체 광주시의 차선과 신호체계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좀 심하게 말하면 광주시내의 차량접촉
사고의 책임의 반은 이 체계를 '고안해낸' 관계자들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분들은 과연 현장에 나가 차량소통의 양과 흐름의 원활성 등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면밀하게 조사해 본적이 있을까? 그리고 외국까지는 나가보지 않았더라도 다른 도시들의 교통체계에 대해 비교연구를 해 본적이 있을까?

물론 광주시내의 도로 사정이 여러면에서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즉 차선이나 신호의 체계는 조금만 신경을 써 연구해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안전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틀림없이 나올 것으로 본다.

필자는 물론 교통문제의 전문가는 아니며 이 자리에서 더 많은 것들을 지적할 수는 없다. 다만 상식적인 입장에서, 실제 체험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교통체제의 불합리한 점들의 대표적 사례 몇가지를 지적한 것일 뿐이며 그것이 문제의 출발이라고 믿는다. '일상 속에서의 불합리성'을 얘기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성'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적 불합리성'은 우리가 늘 매일매일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교통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는 소비자도 관계자도 본 적이 없다. 왜 그런 것일까? 필자의 생각에 우리 시민이 그러한 '일상적 불합리성'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 아무 감각도 없어져 버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매일매일 겪는 불편한 교통체계인데도 우리는 그것이 마치 당연한 듯 참거나 무감각해 있는 것이다.

탁상행정가들이 펜대만 가지고 만들어낸 체계에 수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집앞의 도로 불과 10여미터가 10여년 동안 포장이 안된 채 있어도 아무 말 않고 지낸 필자도 반성하면서 우리의 '일상적 마조키즘'에서 해방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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