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택시' 다시 불붙다
'중앙택시' 다시 불붙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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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개월동안 광주북부경찰서 수사2계엔 하나의 사건 때문에 60여명이 잇따라 드나들었다. 하나의 사건으로 이렇게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경찰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다.

게다가 이들은 주부, 학생, 정치인, 사업가, 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이 망라돼 있었다. 이들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이유는 한 택시회사를 둘러싼 명예훼손 혐의 때문.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과 5월에 본지를 포함, 지역 일간지 등에 실린 광고에서 시작된다. '중앙택시의 정상화를 바라는 광주전남 시도민 100인 일동'의 명의로 게재된 이 광고는 중앙택시가 강성렬 대표로 인해 파행운영되고 있다며 회사의 정상화를 지역민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광고 하단엔 이런 의미에 지지서명을 했던 120여명의 명단을 함께 실었다.

이에 대해 중앙택시측은 지난 7월초 이 광고로 인해 회사와 개인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광고에 실린 서명자들을 상대로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하지만 강성렬대표 외 집행부 16명의 이름으로 접수된 이 고소장에는 전체 서명자들 가운데 선별(?)된 절반만 대상자에 올랐다.
경찰은 조사대상자 대부분의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이미 조사한 사람들에 대해 이후 보강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택시 관련 명예훼손 고소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우선, 지역사회에서 흔치 않은 무더기 고소사태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고소당사자인 중앙택시 강성렬 대표는 "같은 지역사회에 살고 내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고소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이 서명작업에 관계한 정도에 따라 절반정도만 고소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또 당초 서명자들 가운데 김태홍, 김경천 등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포함돼 있었는데 고소 대상자에서 제외시킨 이유에 대해 "김태홍의원은 서명을 했지만 오히려 공격당하는 입장이었고, 김경천의원은 중앙택시문제에 대해 깊게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화 촉구 서명자 60명 명예훼손 무더기 고소
지역 노동운동관련 초유 사태
"오히려 꺼져가던 불씨에 기른 붓는 격"


무더기 고소사태는 사실 지난해에도 있었다. 당시 오주 시의회의장이 강연균 화백 등 이 지역 문화예술인 6백여명을 상대로 무더기 고소를 했는데, 이는 개인간 사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경우다. 당시 오주 전의장은 또 조사 초기 고소를 취하했었다.하지만 이번 일의 경우 이 지역 노동운동의 차원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고소라는 점에서 그 성격을 달리한다.

이번 고소로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던 민족미래연구소 윤한봉 소장은 "부당해고나 문제제기한 사람에 대해 부당한 처우를 한 것은 당연하기에 서명했던 것이다"며 "이런 명예훼손 소송은 최근 노동계에서 신종 노동탄압으로 이용되고있는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의 배경을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00년 같은 조합원에 대한 해고에서 비롯된 중앙택시의 문제가 그동안 잠잠하다가 이번 무더기 고소를 계기로 오히려 다시 지역 노동계에 쟁점이 될 조짐이 일고 있다.

역시 서명을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았던 광주시동구자활센터 정향자 소장은 "문제를 해결하자고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은 것인데 이를 고소로 받아치는 것을 보면 과연 회사측이 해결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라며 "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그동안 흩어졌던 사람들이 뭉치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경찰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8월말 조사를 받았던 일부 지역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해 중앙택시문제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도 최근 이 문제를 두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 시민대책위 구성 등에 논의를 진행중이다.

한 개별회사 내부의 문제로 치부될 수 있었던 중앙택시문제. 하지만 중앙택시는 당초 노동자 자주관리회사로 출발하면서부터 이미 개별회사의 문제가 아닌 지역 노동계의 '모델'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최근의 고소사태는 어쩌면 꺼져가던 불씨에 새로 기름을 붓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어, 앞으로 고소건의 향방은 물론 중앙택시의 운영과 관련해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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