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만들 아름다운 세상, 그 즐거운 상상
여성들이 만들 아름다운 세상, 그 즐거운 상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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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름모를 역이나 터미널에 도착하여 그 전면에 펼쳐지는 도시를 보면서.... 간혹 도시의 수많은 빌딩의 강렬하다 못해 무표정한 간판사이의 거리를 지나면서.... 새로 세워진 빌딩 안 어디에서나 보이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화장실 안내판과 여러 장식부속들을 보면서.... 증개축한 많은 건물들의 눈에 띄는 창문틀을 보면서.... 거리에 펼쳐지는 보도 바닥재의 지루한 형과 색을 보면서, 새로 조성된 이상한 가로등을 보면서.... 모 대학에 세워진 강렬한(?) 형태의 대학 정문을 보면서.... 내 지갑 안에 그 동안 만난 사람들의 딱딱한 명함디자인을 보면서.... 그리고 아름다운 섬진강 변에 새로 야심차게 번뜩이는 가드레일과 철제 다리를 보면서.... 이렇게 수없이 많은 조화롭지 않은 것들을 나는 미술창작과 미술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나라 미술교육의 심각한 의문으로 생각해보았다.

"과연 우리 나라 초·중등 미술에서 색채 및 디자인 교육이 잘못되어서 이렇게 나타나는 것일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서 이렇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광주교육대학교에서 미술실기수업을 하는 도중에 좋은 미술을 보다 더 잘 가르쳐야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사회를 구성하고 실행·유지하는 데 남녀의 불균형이 중요한 원인들이라고 뒤늦게 느끼기 시작하였고, 이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결정과 실행의 자리에 남성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나의 생각은 미술전문인의 특정 미술대학이 아닌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광주교육대학교에서 확인되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광주교육대학교 모든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교 미술의 수준에서 약간의 미술교육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미술대학의 기준에서 볼 때 다소 그 기대수준에서 약하다고 볼 수 있으나, 다루고 있는 내용과 매체가 기초적인 것일 뿐 일반적으로 인간의 다양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나의 실기수업평가결과에서 좋은 점수(A)는 거의 대부분 99.9% 여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평가기준은 참신한 아이디어, 끈질긴 조형실험정신, 유연한 색채활용 및 섬세한 완성도 등이고, 4년에 걸친 수업대상은 총 학생 수 1800여명 중 남자 500여명(28%) 여자 1300여명(73%)이다.

"왜 그럴까?" 우리가 남자와 여자로 각각 성장할 때를 생활 속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머리, 옷, 장신구, 양말, 신발, 가방, 필통 등의 선택에 있어 색채, 질감, 형태, 조화, 강조 등을 까다롭게 따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부모는 그것을 생활 속에서 '예쁘게' 허용한다.만약 남자아이들이 그렇게 했다간 부모와 주변으로부터 살아남기 힘들지 않은가?

그리고 성년이 된 후 앞서의 것들을 보다 본격적으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시행착오의 실험을 거쳐 섬세한 선택과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하루에 여러 번 거울을 보며 전체모습으로 재확인을 한다. 이것뿐인가? 상상해보면 수 없이 많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내와 백화점을 가는 것이 항상 부담스럽고, 최종선택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그녀의 선택을 믿는 버릇이 생겼다. 다만 선택의 결과를 심통맞게 비평만 할뿐....
따라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학교의 미술교육에서 보다 어릴 때부터 성년에 이를 때까지 그녀들의 일상적 성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적 감수성, 미적 인식 능력, 심미성, 창의성, 상상력, 표현능력, 비평 능력 등이 길러지고, 이미 생활 속에서 섬세한 활용 능력을 갖추어간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여성들이 사회의 중요한 결정과 실행의 자리에 있다면, 아마 위에서 지루하게 나열했던 것처럼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들의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서 속속들이 눈으로 즐길 것이다. 물론 남성들의 다소 무디고 어리석은 짓도 어떨 때는 우리를 무척 편안하게 해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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