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르게 보기 운동하자!
영화 바르게 보기 운동하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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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바르게 보자고? 이 무슨 말인가! 느낌표까지 붙은 구호같은 말에 혹자는 영화를 볼 때 허리를 곳곳하게 펴고 보자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혹자는 다양성과 차이를 추구하는 시대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관공서 건물 옆 화강암에 새겨진 '바르게 살자'의 '오른쪽 풍경'과 같은 맥락의 말인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영화를 끝까지 제대로 보자는 말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국영화 제작편수와 상영관의 점유율의 증가는 영화 관객의 숫자도 그것에 일정 정도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 제작 현장엔 금융자본의 투입으로 연간 2 천억 원 가량의 자본이 소위 '대박' 예감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부유하고 있고,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한 창작의 대중화는 청소년을 넘어 일반에게로 번져가고 있다. 주말의 극장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관객 역시 좌석이 남아도 지정된 좌석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는 등 관람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늘어나는 관객 달라지는 관람문화

그런데, 문제는 영화를 보고 즐기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반짝이는 몇 명의 배우나 감독만이 만드는 것이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이나 영화 만드는 것이 궁금하다는 사람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영화를 끝까지 볼까 궁금하다.

극장에서 영화 스토리와 장면이 다 끝나고 나면 언제나 배우의 이름을 필두로 해서 만든 사람의 이름이 구구절절 올라온다. (영어로는 '엔딩 크레딧' ending credits 이라 부른다) 짧게는 2-3분에서 길게는 10여분 정도 걸리는 이 순간은 영화가 누구에 의해 어떤 일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영화의 주제음악이 흘러나와 지켜보는 과정을 지루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몇 분되지 않는 이 시간은 영화 만든 이들의 노고도 알아주고, 그들이 고생하여 만든 영화가 주는 감동을 곱씹으며 작품 분석까지도 해보는 순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독자들이 지루하게만 느끼지 않는다면, 제작 스태프의 종류와 역할을 일일이 적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 갈 때까지 좌석을 지키는 것은 영화를 제대로 보는 것이며, 영화를 만든 이에 대한 예우인 것이다. 영화를 제대로 본다는 말은 말초신경의 자극으로 인한 순간적 재미의 대상으로만 영화를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번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생리적으로 부름이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화의 줄거리와 장면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일어서지 말자.

엔딩 크레딧, 영화의 일부

그런데, 영화 바르게 보기를 방해하는 진짜 장애는 따로 있다. 극장의 영사실에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실내등을 화악 켜버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극장측에서는 엔딩 크레딧까지 보는 관객이 없으니까, 다음 상영시간을 맞추려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영화 음악의 제목이나 촬영장소 등 영화에 대한 이차적인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이나 감동을 그 시간 동안 즐기려는 관객은 있다. 극장측에 볼 권리를 주장하는 것, 그것도 영화를 제대로 바르게 보는 방법의 하나이다. 영사실 앞에서 농성 반 대들어대니 반성의 눈빛(?)이 역력한 영사실 기사의 태도를 발견했었던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지역의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영화를 바르게 보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영상산업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작업은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작 참여와 감상 모임을 결성하는 것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상산업 인프라 구축의 작은 힘들은 관람객 각자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화 끝까지 제대로 보자.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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