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 가시려구요? 차는 두고 가세요"
"우도에 가시려구요? 차는 두고 가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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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철의 절정에 떨어진 비는 전국의 계곡과 해수욕장을 비롯한 모든 관광지의 관광객을 꽁꽁 묶어 버리는 절대적 힘을 발휘했다.

게릴라성 폭우라 불리워지는 비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때 모든 관광사업자들은 기상대의 예보에 행여 비가 그친다는 소식이 들려올까 한사코 눈과 귀를 쫑긋 하고 있었을 뿐이다. 관광의 한계는 이처럼 기상과 기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저 멀리 배나 비행기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제주도 또한 그런 곳 중의 하나지만 8월 중순까지 한자리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항공권은 출발 하루 전만 되면 좌석이 나오곤 했다. 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였다.

8월11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2,000명이라고 제주관광협회는 밝히고 있었다. 연일 불순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제주관광에 대한 부푼 희망과 제주만은 육지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운 좋게 10명에 달하는 가족 전부의 항공권을 확보하고 제주에 들어와 평이하기 짝이 없는 여행을 하고 둘째 날은 우도를 다녀왔다.

2만2천명 속에 끼다

섬나라 제주도에 딸려 있는 여러 개의 섬 중에서 관광객의 접근성과 더불어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우도이다.
성산포에서 도항선을 타고 2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하는 우도는 이국적인 제주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는 곳이었다.

2,000여명이 살고 있는 섬,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몇 분의 섬 주민들이 경운기를 가지고 손님을 마중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도항선에서 내린 몇몇 가족들은 아이스박스를 비롯한 짐을 싣고 경운기에 오른다. 통통거리며 부두를 빠져 골목으로 들어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겨운 그림과 같았다.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습 같다 하여 우도라 불리운다. 위 사진은 제주도 종달리에서 바라 본 우도. ©전고필

한편, 차를 가지고 우도에 들어간 사람들은 버벅 거리며 어디를 먼저 가야할지 두리번거리고 있고, 다시 제주로 건너갈려는 차들은 긴 줄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하여튼 일인당 4,000원씩 지불하는 우도 일주 관광버스 투어에 합류한 우리가족은 버스를 타고 각각 세 곳에 달하는 코스를 다녀보며 아름다운 경관에 흠뻑 취해보았다.

하지만, 버스에 오를 때마다 구성진 버스기사 아저씨의 안내 멘트도 좋았지만 외지의 차를 보면 위협적인 운전을 일삼는 태도는 참으로 안스럽기 짝이 없는 텃새였다.

소형차 두 대가 비껴가지 어려울 정도로 좁디좁은 길에 도항선에서 풀어놓은 육지에서 건너온 차나 렌트카들이 주저함 없이 길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그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체 도항만 시키는 것이 가져온 문제들이었다.

섬보다 도로가 더 커지겄네...

이국적인 산호백사장과 아름다운 경관이 우도관광의 가장 큰 매력임에도 불구하고 종횡무진 다니는 차들의 행렬은 우도 자체의 관광매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주범이었다.

섬에 입도한 관광객의 숫자를 매일 집계하여 방송을 통해 알려 주듯 우도 내에 들어간 차량들의 숫자와 도로와의 한계 치를 집계하여 도항을 하기 전에 그 정보를 알고 가게하고 수용 가능한 이후에는 통제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요원하게 보였다.

산호해수욕장에 도착하자 버스투어 가이드는 모래알 하나라도 털고 나오지 않으면 아름다운 우도를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세시간여의 관광을 마치고 도항선을 타러 나오는 길, 도항선을 기다리는 차량의 행렬은 전보다 세배 이상 늘어나 보였다.

자신만의 안락한 관광보다 관광지를 보호하며, 쾌적한 관광을 위한 노력이 부재한 우리 관광의 현실이 우도를 다녀오는 뱃머리를 따라 오고 있었다.
다음에 우도에 가면 확장된 도로가 섬보다 더 커질 것 같은 예감도 함께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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