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의 자산, 광주작가 키우기
문화도시의 자산, 광주작가 키우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치와 손익판단이 일반화된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로 살기란 정말 위태롭다. 직업작가에게 작품거래는 절대적 생업일 수밖에 없고 호당 가격이나 상품성에 따라 거래가 오간다. 허기진 작가에게 순수예술 탐구인가, 현실에 충실한 쟁이인가를 따질 수가 없다.

꼭 잘 팔리는 작가가 좋은 예술성을 지니거나, 안 팔린다 해서 예술성은 뛰어난데 몰라주는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술창작으로 업을 삼은 사람에겐 그 일로서 경제적 자구책이나 부양능력이 해결되어야 할텐데 그렇게 자리잡기가 장사하기 못지 않다.

얼마 전에 중견 교수작가의 '100원전'이 시비 거리가 되더니, 지금 몇 청년작가들을 초대한 '안 팔리는 그림전' 제목이 흥미를 끈다. 모두 순수 창작발표 이전에 '판매'라는 거래관계 입장에서 기획된 일종의 이벤트마케팅 전시다.

'보은의 전시'라는 100원전은 작가에게는 자본주의 미술시장에서 고객관리 차원의 일이고, 또 한쪽은 상업화랑 입장에서 진짜 '안 팔릴 그림들인가'라는 역설적인 관심의 유도와 함께 불황 속에서 '어차피 안 팔릴 것'이라는 거래포기 전시인 것 같다. 작가든 상업화랑이든 자구책 찾기 묘수일텐데 예술과 거래의 등식은 이제 문화적 휴양지마저 시장논리에 내던져진 현실에 다름 아니다.

시장논리에 점령당한 문화판

8월 20일에 [광주비엔날레 시민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지역 미술인들의 목소리가 드세었다. 원로·중진작가들은 지역미술인들에게도 그 큰 무대의 덕을 좀 볼 수 있게 배려 내지는 일정지분을 요구했고, 청년작가 대표는 국제적 예술도시라는 광주에서 정작 예술생산자인 지역 청년작가들의 현실이 어떤지 들여다 봐달라 하소연을 했다.

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어떤 업이든 제 스스로 생존기반을 다질 수밖에 없다. 생업이라면 전문직업인으로서 프로근성과 자기 상품가치 높이기가 기본이고, 그러면서도 기술을 팔아 돈벌이하는 게 전부일 수 없기 때문에 치열한 작가의식과 예술정신이 버텨주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차원 이상으로 예향입네 문화도시네 지역사회 브랜드이미지로 활용되는 광주의 입장이고 보면 '공공의 자원이자 재산'으로서 다른 도시와는 공적 환경부터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금남로 조각의 거리 만들기, 예술의 거리 조형물 세우기, 구립 문화공간 개설 등 여러 문화적 시설늘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공염불이지만 물리적 시설과 치장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이를 채우고 활용할 수 있는 인적 토대와 자산을 키우는 작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문화도시로 가는 긴 호흡

광산업 같은 경제적 실리와 문화도시라는 국제적 브랜드 구축이 광주시의 주된 정책설정이라면 단발성 전시효과나 정치적 기대치보다는 긴 호흡으로 지역민 입장에서 자산을 가꾸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실질적인 방안들이 수립 실행되어야 한다.

광주시와 시립미술관, 비엔날레 재단, 관련 기관·단체·종사자 각자 역할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임 시장에 대한 주문도 숙제도 욕심도 많겠지만 우선은 지역특성을 살린 정책적 의지가 관건이라 본다.

지역 구성원들의 무력감이나 답답함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문화도시의 뛰어난 창작주체들이 생업에 허덕이는 직업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희망심기와 지역의 자산을 잘 엮어내는 큰 지도력이 필요하. 국가보다는 도시단위의 경쟁시대다.

광주가 광주다울 수 있는 자산을 키우는데 어느 한 쪽에 짐을 떠맡기거나 가시효과에만 급급하기보다 도시활력을 살리는데 공동의 노력들이 모아졌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