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법 없이 사는' 법대 교수들
정말 '법 없이 사는' 법대 교수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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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과 법(혹은 규정), 둘 중에 먼저 존중돼야 할 것이 무엇일까. 상식적인 기준으로는 당연히 '법'이겠지만, 법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일부 법대교수들은 '관행'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전남대 법학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한한 공채 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학과는 지난 28회(2001) 공채때 신규교수 임용 T/O를 배정받아 공채심사를 진행했으나 30회 공채가 시작되는 현재까지도 '보류'상태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전남대 공채공정관리위원회에서 법학과 공채 심사위원을 전원 교체하고 재심해서 공채를 마무리하라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교수들이 '교수회의'를 방패삼아 집단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공정관리위원회와 대학본부의 '영'이 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사위 제쳐두고 수십년간 교수회의서 공채결정 관행
공정위, 재심지시 관행 내세워 교수회의서 거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법학과의 공채관행이 알려진 것은 올해 초부터. 법학과가 2000년말 공고한 28회 '행정법'과목 공채에는 2명이 응시했다. 당연히 학과장을 위원장으로 심사위원회가 구성돼 공채심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교수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내린 결론이 "28회 공채를 없는 것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교수회의 결과는 곧바로 심사위원회에 통보됐고, 심사는 중단됐다. 여기까지는 말 그대로 '관행'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법학과 내부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에 익숙치 않은 한 외부(타 학과)심사위원의 눈에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즉각, 전체 학과의 공채심사를 관리감독하는 공정관리위원회에 청원이 들어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같은 공채관행이 수십년간 계속돼 왔다는 점. 당시 심사위원장이 스스로 밝혔듯이 "법과대학에서는 공채제도가 시행된 후에는 물론, 공채제도의 시행전부터 교수회의에서 논의하고 그 총의를 수렴하는 방식이 수십년간 계속 적용돼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학과는 '공채기간중 지원자들의 이력 및 연구실적물을 교수회의실에 비치하여, 교수들로 하여금 정확한 판단의 자료를 제공'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채규정상 심사위원들은 위촉되면서 '심사자료로 취득한 자료는 외부에 절대 누출하지 않는다'는 서약서까지 작성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혀를 내두를 만한 일이 버젓이 '관행'의 이름으로 벌어져 왔던 것이다.

이같은 공채관행은 법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들이 오히려 법을 무시할뿐만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채의 모든 권한은 심사위원회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수회의에서 결정한 뒤 심사위원회는 사실상 거수기나 허수아비역할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이로인해 심사위원회와 공정관리위원회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대학본부의 권위마저 우스갯감으로 실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교수사회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법학과 교수들은 할 말이 많다. 심사위원장 명의로 공정관리위원회에 올린 문건에서 이들은 "공채지침은 법체계상 엄격한 의미의 법률이 아니며, 전형적인 행정규칙으로서 상명하복의 행정조직에서 소속공무원의 업무수행을 지휘하기 위해 소속공무원의 업무수행을 지휘하기 위해 발령하는 내부기준"이라며 공채지침은 법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학자치의 핵심은 교수회의 자율'이라며 "공채심사과정에 교수회의가 의견을 표시하고 이것을 존중해주도록 심사위원에게 요청하는 것이 불법적이라는 비난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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