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앞에 맥 못추는 '특기교육'
입시경쟁 앞에 맥 못추는 '특기교육'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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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문학상 당선 고등학생 작품 표절...수상 취소 소동>
<각종 특기적성 경시대회 부작용 커...근본대책 세워야>


입시철을 앞두고 대학이 주최한 문학상 공모전에 당선작으로 뽑힌 작품이 한 고등학생이 기성 소설을 베껴 제출한 작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뒤늦게 수상이 취소되는 등 사태와 관련,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수상이 취소된 박모양의 표절 배경이 '문예 특기생 전형제'로 대학입학을 하기 위함으로 알려지면서 특기생 입학제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오월문학상'을 개최한 전남대 용봉편집실은 박 양의 소설부문 당선을 취소했다.
용봉문학상은 이번이 16회째를 맞는 지역의 전통있는 문학상.
심사를 담당한 채희윤 교수(광주여대 문예영상학부)는 "고등학생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 충격이다"며 소질 있는 학생을 키워주는 특기생 입학제가 악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실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체능계 분야의 입학 관련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현행 입학제도 아래서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능력까지 석차화해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서 손쉽게 활용하는 자료는 경시대회 수상 내역. 대학별로 인정하는 경시대회가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측에서는 일단 '상'이 많은 것이 유리하다.

이번 오월문학상 사건도 일단 '상'을 타고 보자는 학생의 욕심이 '표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특기생 전형제도 확대 실시로 '경시대회' 인기가 높아지자 대학별 경시대회도 넘쳐나고 있다. 좋은 학생 유치가 목적이라는 대학의 취지와는 달리 대학간 '경쟁적인' 경시대회 개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의견도 제출되고 있다.

문학 특기생으로 입학한 송승환 씨(24 고려대)는 "얼마전 열린 한 대학 백일장에 전국 3천여명의 학생들이 몰려왔지만 실제 입상자는 30명도 안된다"며 심사교수들 사이에서도 경시대회 남발로 '수험생들의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기적성 입학제도'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살레시오 여고 최민숙 교사는 "경시대회 출전을 비롯한 특기적성 입학은 소수 학생의 이야기"라며 현 입시 풍토가 유지되는 한 특기적성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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